PC 온라인 게임 개발이 주류이던 시절에는 게임 개발사를 창업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스마트폰 게임이나 앱 개발이 트렌드가 된 요즘은 혼자서도 개발사 창업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창업을 해서 대표이사 또는 개인사업자가 되거나 스타트업의 출자자가 될 경우, 매달 꼬박꼬박 월급을 받아가며 회사에 다니던 때와는 달리 개발 외적인 쪽에도 신경써야 할 것도 많고 책임감도 막중해지죠.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바로 자금과 관련된 것입니다.
월급 받는 회사원일 때에는 직원들에게 줄 월급이나 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어디서 어떻게 구해올지 내가 신경 쓸 필요가 없었죠. 하지만 창업을 하면 회사를 굴리고 개발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스스로 조달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금을 조달하고 관리하려면 필연적으로 회계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사실이죠. 그래서 이번 포스팅부터는 직접 개발사 창업을 하거나 혹은 창업멤버의 일원이 되시려는 분들을 위한 회계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단, 이번회에서는 어쩔 수 없이 기초적인 용어 설명 위주라서 좀 재미가 없을 겁니다. 실제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부터 이어질텐데요. 그래도 이번 회에서 설명하는 용어들을 꼭 알고 넘어가야만 하니까 조금만 참고(!) 봐주시기 바랍니다.
[ 짤방은 창업신화 가우스전자 ]
▣ 회사의 종잣돈, 자본금(資本金, capital stock)
몇몇 기업의 광고를 보면 '자본금 규모 업계 1위' 혹은 '자산 규모 업계 1위' 등을 내세우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마도 회계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그 업체가 업계에서 가장 보유 자금이 많은 회사인가보다 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자본금이나 자산 규모가 크다고 해서 꼭 그 회사가 돈이 많거나 우량한 회사인 것은 아닙니다. 왜 그런지 한 번 살펴볼까요?
주식회사가 사업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은 주주를 모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회사는 모집된 주주에게 발행한 주식을 팔고 그 대가를 받아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합니다. 물론 은행이나 러x앤캐x 같은 금융기관을 통해 돈을 빌리는 방법도 있지만 회사를 처음 설립하는 시점에는,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고 돈을 벌지도 않는 회사에 대출을 해줄 곳이 있을 리가 만무하니 무조건 주주를 모집해고 주식을 발행해서 자본금을 조달해야만 하죠. 이렇게 발행되는 주식에는 액면가라는 게 있는데요, 액면가란 말 그대로 주식증권(주권)에 기재된 액면 금액을 말합니다. 아래 그림은 액면가 5,000원짜리 실제 주권의 예입니다.
그래서 회사가 발행한 주식의 액면가총액, 즉 1주당 액면가에 발행주식수를 곱한 금액이 자본금이 됩니다. 예를 들어, 회사를 처음 설립할 때 1주당 액면가격을 5,000원으로 하여 1만주를 발행했다고 하면, 자본금은 5,000원 x 1만주 해서 5,000만원이 되는 것이죠. 통상적인 주식회사의 경우 초기 자본금을 5,000만원 또는 1억원으로 해서 설립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요즘에는 법이 바뀌어서 자본금 100만원짜리 주식회사도 설립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주식회사의 경우 법정 최소 자본금이 5,000만원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때, 초기 주주, 즉 출자자가 여러 명이라면 각자 출자한 금액에 따라 주식을 분배받는데요. 예를 들어 대주주인 A가 60%를 출자하고 B,가 30%, C가 10%를 출자한다면, 각각 6천주, 3천주, 1천주씩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출자금액은 어떻게 될까요? 만약 각각의 출자자들이 주식의 액면가만큼만 출자한다면, 1주당 인수금액이 액면가와 같은 5,000원이므로, A는 3,000만원, B는 1,500만원, C는 500만원을 각각 주식인수대금으로 납입할 것입니다. (주금납입이라고 함)
하지만, 출자금액이 항상 주식의 액면가와 동일할 필요는 없습니다. 1주당 액면가가 5,000원이라 할지라도 주식을 발행하는 회사에서 정하기에 따라서 주식의 매입가격이 10,000원일 수도 있고, 20,000원이거나 그 이상일 수도 있는데요, 흔히 말하는 2배수 증자, 4배수 증자가 바로 이런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식의 액면가와는 다른 개념으로 발행가라는 용어가 등장합니다. 주식의 발행가란 쉽게 말하면 주식을 새로이 발행할 때, 그 주식의 인수자들이 실제로 지불하는 금액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액면가가 5,000원인 주식을 발행하는데, 발행가를 5,000원으로 한다면 그 주식을 인수하는 주주(출자자)는 액면가와 동일한 5,000원을 내면 1주를 살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액면가가 5,000원인데, 발행가가 10,000원이라면, 그 주식을 인수하는 주주는 액면가가 아닌 발행가, 즉 10,000원을 내야만 1주를 살 수가 있는 것이죠. 그래서 흔히 말하는 '몇 배수 증자'라는 표현은, 어떤 기업이 주식을 새로이 발행할 때, 즉 자본금을 새로 유치할 때 '주식의 발행가가 액면가의 몇 배'냐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만약 액면가가 5,000원인데, 발행가가 10,000원이라면 2배수 증자인 셈이고, 20,000원이면 4배수 증자, 40,000원이면 8배수 증자가 되는 셈입니다. 따라서 회사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높은 배수로 증자를 하는 것이 유리하겠죠. 회사의 지분을 적게 내주고도 많은 자본이 뙇~하고 통장에 입금될 수 있으니까요. 물론 회사가 장래성이 있어야 높은 가격에 주식을 인수할 주주가 나오겠지만요.
▣ 주주와의 거래차익, 자본잉여금(資本剩餘金, additional paid in capital)
앞에서, 자본금은 주식의 액면가 총액이라고 했었죠? 그렇다면, 주식의 액면가와 발행가가 다른 경우에 출자자로부터 납입받은 주식인수대금은 어떻게 될까요? 이를 테면 주식의 액면가가 5,000원이고 발행가가 10,000원인데 1주를 발행한 경우라면 액면가 5,000원을 초과한 나머지 5,000원 역시 자본금이 되는 것일까요?
회계상으로, 자본금은 주식의 액면가만 해당되며 액면가를 초과하여 납입된 금액은 '주식발행초과금'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초과된 금액은 재무제표상에서 '자본잉여금'으로 표시되죠. 즉, 주주와 주식을 거래해서 발생한 자본이익이 잉여잉여해져서 자본잉여금으로 회사에 남는 셈입니다. 그래서 위와 같이 주식의 액면가는 5,000원인데 주주가 납부한 금액은 10,000원이라면, 자본금은 주식의 액면가인 5,000원이 되고 액면가를 초과하는 5,000원은 자본잉여금이 됩니다. 즉 어떤 회사의 재무상태표에서 '자본잉여금'이 있다면 그 회사는 언젠가 액면가보다 큰 금액으로 주식을 발행한 적이 있는 회사라는 뜻인 거죠. 물론 자본잉여금에는 주식발행초과금 외에도 감자차익이나 자기주식처분이익 등도 포함되지만, 이런 것들은 이번 포스팅의 논점과는 좀 거리가 있는데다 회계지식이 꽤 필요한 항목이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 회사의 재산 중 주주의 몫, 자본(資本, capital)
자본은 자본금에서 '금'자만 빼면 되지만, 실제로는 자본금보다 훨씬 더 큰 범주를 나타냅니다. 자본에 해당되는 항목을 일일이 다 설명하자면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지니까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전체 재산(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금액을 모두 자본이라고 보면 편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부채는 갚아야 할 돈이므로 타인자본이라고 하고 부채를 제외한 나머지 자본은 회사 자신의 소유이므로 자기자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회사의 소유권은 주주에게 있으므로 자기자본을 또 다른 말로 주주자본이라고도 합니다. 실제로 회사가 사업을 중단하고 청산할 때에는 부채를 다 정리하고 난 나머지 자산을 처분하여 주주들에게 지분율에 따라 분배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죠. (상법 제538조)
자본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예는 앞서 살펴본 자본금과 자본잉여금 외에도 이익잉여금(또는 결손금)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이익잉여금이란 쉽게 말하면, 회사가 이익을 내서 쌓아놓은 금액을 말하며, 결손금은 반대로 이익을 내지 못해 손실로 누적된 마이너스 금액을 의미합니다.
▣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것, 자산(資産, asset)
자산은 재산(財産)과 비슷한 뜻을 갖지만, 회계에서 말하는 자산은 '과거의 거래나 사건의 결과로서 현재 기업에 의해 지배되고, 미래에 경제적 효익을 창출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자원'을 의미합니다. 아... 뭔가 좀 머리가 아프죠? 그냥 쉽게 말하면, 유형이든 무형이든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회사가 보유하고 있으면 자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현금이나 예금과 같은 것은 현금성자산이고, 회사가 사용목적으로 구입한 건물이나 자동차, 각종 집기, 컴퓨터 등은 유형자산이며, 판매목적으로 구입한 원재료나 제품 등은 재고자산입니다. 그리고 영업권이나 특허권 등은 실체가 없는 것이므로 무형자산에 속합니다.
▣ 자본, 부채, 자산의 관계를 알아보자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회계상으로 자산 = 자본 + 부채라는 등식이 성립한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자산 규모 크다고 해서 그 회사가 반드시 우량한 것이 아닙니다. 자산이 크더라도 그 자산의 대부분이 부채라면 그 회사는 재정적으로 부실한 회사일 가능성이 크죠. 그러면 왜 자본과 부채의 합이 자산이 되는 것일까요?
회계의 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활동은 자금을 조달하는 일과 자금을 활용하는 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의 외부로부터 자금을 회사의 외부에서 빌려오면 부채이고, 주주로부터 자금을 끌어오거나 경영활동을 통해 이익을 내서 회사에 쌓이면 자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확보된 자금을 회사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현금성자산, 재고자산, 유형자산, 투자자산, 무형자산 등으로 분류되어 회사의 경영활동에 기여하는 것이죠.
그래서 재무제표 가운데 재무상태표(예전 명칭 대차대조표)를 보면 왼쪽(차변)에 자산의 내역, 오른쪽(대변)에 부채와 자본의 내역이 나열되어 있으며, 이것을 보면 그 회사가 자금을 어떻게 조달해서 어디에 활용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를 처음 설립해서 출자자로부터 1억원을 출자 받고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 1만주를 발행했다면, 그 회사의 재무상태표는 이렇게 됩니다.
오른쪽(대변)을 보면 아직 돈을 빌린적은 없으니까 당연히 부채는 0원이고, 자본항목에서는 5,000원 짜리 주식을 1만주 발행했으니 자본금이 5천만원이 되었죠. 그리고 출자자로부터 1주당 1만원씩 1만주 만큼의 주식인수대금을 받았으니까 받은 돈 1억원 가운데에 자본금(주식 액면가) 5천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5천만원은 주식발행초과금으로써 자본잉여금으로 들어갑니다. 그래서 출자자로부터 받은 총 1억원의 자금이 현금자산으로 재무상태표의 왼쪽(차변)에 기록되죠. 즉 현재시점에서 자금의 조달은 주주에게 주식을 팔아서 했고, 그 자금은 현재 현금으로 보유하는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죠. 여기서,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게 어떻게 '활용'이냐는 의문을 가지실 수도 있지만, 회계에서는 현금으로 보유하는 것도 자금을 활용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뭐 굳이 설명하자면, 현금자산은 우발적이거나 시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경우에 즉시 대응을 하는 용도라고 할 수 있죠.
그럼 이제 회사를 설립하고 자본금도 채웠으니 이제 사업할 준비를 해야겠죠. 게임 개발사니까 일단 컴퓨터와 집기들을 2천만원 어치 구입합니다. 뭐 사실은 사무실부터 구해야 하지만 일단 그건 그냥 있다고 칩시다. 아니면 처음에는 비용을 최소화 해야 하니까 일단 집에서 방 한칸을 사무용으로 쓴다고 치죠.
그러면 위와 같이 부채나 자본은 변화가 없고, 자산쪽에서 현금 2천만원이 줄고 유형자산 2천만원이 늘었습니다. 즉, 2천만원 어치 구입한 컴퓨터와 집기류들이 현금에서 유형자산으로 바뀌었다는 뜻이죠. 자, 현금자산이 1억원일 때에는 자금이 넉넉해 보였는데 2천만원을 쓰고나니, 창업자금이 금세 바닥날 것 같다는 걱정이 생깁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러x앤캐x 같은 곳에서 신체포기각서를 담보 삼아 3천만원을 빌려봅니다. 네? 뭔가 좀 이상하다구요? 요즘 같이 시장경쟁이 치열한 시대에는 게임개발사 창업도 이렇게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거죠. 그정도 의지력이 부족하면 이 사업 못합니다.
자 그러면 부채쪽에 장기차입금 3천만원이 생기면서 회사의 자산총계가 1억에서 1억 3천만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빌린 돈 3천만원 만큼 현금자산이 증가해서 1억 1천만원이 됐죠. 은행에서 차입금을 빌려오는 것은 '자금의 조달'이니까 재무상태표 상의 오른쪽(대변)에 들어가고, 빌린 차입금을 현금으로 보유하는 것은 '자금의 활용'이므로 왼쪽(차변)에 들어갑니다.
이정도면 일단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기초설명은 대강 된 것 같네요. 오늘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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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와 자본은 회사가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나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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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은 그렇게 조달된 자금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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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자금의 조달방법 중에서 부채는 기업의 외부에서 빌려온 자금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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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은 기업이 스스로 돈을 조달한 자금을 뜻합니다. (자본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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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가운데에서도 자본금은 회사가 발행한 주식의 액면금액 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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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잉여금은 주주와의 자본거래에서 발생한 차익(주식발행초과금 등)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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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 가운데 하나인 재무상태표는 왼쪽(차변)에 회사의 자산내역을, 오른쪽(대변)에 부채와 자본 내역을 열거하여 회사가 자금을 어떻게 조달해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자, 이렇게 해서 본격적인 게임회사 창업을 위한 회계 가이드의 서론을 마무리 해봅니다. 이제 다음 포스팅부터는 정말로 피가 되고 살이 될 본론을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커밍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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