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상장기업이 반기 또는 연말 결산 재무제표를 공시하는 시즌이 되면 각 기업이 발표한 사업보고서와 재무제표 등을 토대로 여러 가지 뉴스들이 나옵니다. 이 가운데에서도 모든 업계인들의 어그로를 관심을 끄는 것이 바로 '평균연봉'인데요.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상장기업의 공시자료를 토대로 산출되는 '평균연봉'의 진실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합니다.
이런 분이 게임업계로 오시면 연봉이 좀 오르려나요?
도대체 '급여'가 뭐야?
얼마전 게임조선을 통해서 상장 게임사들의 공시자료를 통해 업체별 '평균연봉'을 비교하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연간 급여총액이 522억원이고 직원수가 1,055명인 넥슨은 평균연봉이 4,950만원으로 집계됐고, NHN은 물론 게임부문뿐만 아니라 네이버를 포함한 회사 전체의 급여액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7,405만원이라는 꿈의 수치가 나왔죠.
하지만 언뜻 그럴듯 해보이는 이 평균 계산법에는 회계적인 관점에서 볼 때 많은 오류를 안고 있습니다. 흔히들 급여액이라고 하면 그냥 '월급'이나 '연봉'을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2011년부터 상장기업에게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 적용이 의무화되면서 '급여'를 회계적으로 처리하는 기준이 예전에 비해 크게 변경되었습니다. 어차피 논란이 되고 있는 급여 자료가 상장기업의 2011년도 기준이니까 K-IFRS에서 규정한 '종업원급여'에 대해서 간단히 짚고 넘어가보죠.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K-IFRS)
국제회계기준(IFRS: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에 맞춰 제정된 새로운 회계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부터 모든 상장기업이 의무적으로 K-IFRS를 적용해야 한다. 비상장기업 등 K-IFRS를 적용하지 않는 기업은 현행 일반기업회계기준(GAAP: 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s)에 따른다.
K-IFRS 1019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종업원급여에서는 단기종업원급여, 퇴직급여, 기타장기종업원급여, 해고급여 등 총 네 가지 범주로 직원의 급여를 구분합니다. 이 가운데에서 퇴직급여나 해고급여는 그 명칭만 봐도 뭔지 대충 알 수 있겠죠? 그런데 단기종업원급여는 명칭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잠깐 다니는 계약직'에게 주는 급여라는 뜻이 아니라, 회계기간 말(보통 12월 31일)을 기준으로 12개월 이내에(즉 내년 연말 이내) 지급기일이 도래하는 종업원급여(해고급여 제외)를 의미합니다. 회계기준서에 나와있는 표현이다보니 이거 참 말이 어렵죠.
통상적으로 단기종업원급여란 그냥 보통의 월급이나 상여금, 그리고 유급휴가(를 금액으로 환산한 액수) 등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반면에 기타장기종업원급여는 장기근속급여 및 장기근속휴가, 그리고 1년 이후에 지급할 상여금 등을 말합니다. 즉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의 종업원급여에 나오는 단기 또는 장기라는 표현은, 직원의 근무기간이나 근속기간이 아니라 급여의 지급기일이 단기(향후 1년 이내)냐 장기(향후 1년 이후)를 뜻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상장기업의 사업보고서에 나오는 직원 급여액은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종업원급여 항목에서 어떤 것이 포함되었는지를 정확히 알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엔씨소프트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연간급여총액은 급여, 상여금 등을 포함하고 있다고 나와있는 반면에, 네오위즈게임즈와 컴투스는 퇴직급여 또는 퇴직급여충당금이 포함되어 있다고 되어 있으며, 엠게임은 '현재 재직중인 직원'에 대한 지급총액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각 상장 게임사별 연간급여총액에 대한 부연설명을 아래에 표로 정리하였으니 한 번 보시죠. (2011년 사업보고서 기준)
기업명 |
연간급여총액에 대한 부연설명 |
엔씨소프트 |
급여총액은 위 인원에 대한 급여 및 상여금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
NHN |
연간급여 총액에는 급여 외에 상하반기 인센티브 등의 수당이 포함 |
네오위즈게임즈 |
연간급여 총액에는 당기 중 지급된 각종 수당, 급여, 상여금 및 퇴직급여 충당금이 포함된 금액입니다. |
엠게임 |
연간급여총액은 공시작성기준일 현재 재직중인 직원에 대한 지급총액입니다 |
한빛소프트 |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게임빌 |
급여작성기준: 급여와 상여, 퇴직급여를 포함 |
컴투스 |
급여와 임금, 제수당, 퇴직급여를 포함한 금액입니다. |
위메이드 |
연간급여 총액은 2011년 1월부터 12월까지의 급여총액입니다. |
와이디온라인 |
연간급여총액은 2011년 12월까지 집행된 직원 급여 및 상여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
물론, 위의 부연설명에 퇴직급여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실제로 연간급여총액에 퇴직급여가 빠졌다고 100%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수당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수당이 정말로 빠진 금액인지도 확실하지 않구요. 그래서 이게 참 애매~ 합니다잉.
일단 게임조선의 기사에서 계산한 '평균연봉'이 높은 기업들은 아마도 연간급여액에 상여금, 수당, 그리고 퇴직급여까지 모두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게다가 일부 기업의 경우 미사용 유급휴가도 금액으로 환산하여 포함시켰을 수도 있겠지요. (예: 연간 15일의 유급휴가가 있는 직원이 휴가를 5일만 사용했을 경우 사용하지 않은 10일분의 유급휴가를 금액으로 환산)
하지만 급여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연봉'은 회계기준상의 '급여'와 차이가 있습니다. 국어사전에서 '연봉'이라고 하면, '일 년 동안에 받는 봉급의 총액'이라고 설명하고 있죠. 그러면 '봉급'은 또 뭘까요? 봉급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직장에서 계속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그 일의 대가로 정기적으로 받는 일정한 보수'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연봉이란, 일단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며 금액이 '일정'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 기준을 적용한다면, 통상적인 급여와는 별도로 받는 '상여금(보너스)'의 경우, 그 금액이 일정하게 보장되어 있고, 또 정기적으로 지급된다면 연봉에 포함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회사, 또는 직원 개인의 성과에 따라 받는 인센티브 같은 경우는 근로자에게 보장된 금액이 아니라 회사에서 지급여부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으므로 연봉에 포함되지 않는 것입니다.
급여총액을 직원수로 나누면 평균연봉?
앞서서는 '급여'와 '연봉'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면 '평균연봉'의 진실을 한 번 알아볼까요? 위에서 살펴본 게임조선의 기사에 나온 평균연봉은 연간급여총액을 직원수로 나누어서 계산된 평균치입니다. 그래서 넥슨의 경우 급여총액이 522억원이고 직원수가 1,055이니까 1인 평균 4,950만원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죠. 하지만 이런 계산법에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계산의 근거가 된 2011년 사업보고서상의 직원수는 2011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재직중인 직원수만 반영한 것인 반면, 연간급여총액은 연중에 퇴사한 직원의 급여까지 반영되어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계산한다면, 연초에는 직원이 많았다가 구조조정 등으로 중도에 퇴사한 직원이 많은 회사라면 연간 총 급여액은 많은 반면 기말의 직원수는 적으므로 '평균 급여액'이 높게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연초에는 직원이 적었는데 연말 가까이 와서 직원수가 늘어난 회사의 경우에는 '평균 급여액'이 적게 나오는 것이죠.
즉 이와 같은 계산법의 근본적인 문제는, 직원수는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한 반면에, 급여액은 전체 기간에 발생한 금액을 합산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보다 정확한 평균을 구하려면 특정 시점의 직원수가 아닌 연간 직원수의 가중평균을 구해야만 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
기간중 총급여액 |
연중 근무일수 |
일평균 급여액 |
365일 기준 급여액 |
직원A |
45,000,000 |
365일 |
123,288 |
45,000,000 |
직원B |
27,000,000 |
284일 |
95,070 |
34,700,704 |
직원C |
36,400,000 |
310일 |
117,419 |
42,858,065 |
직원D |
5,720,000 |
76일 |
75,263 |
27,471,053 |
평균 |
- |
- |
- |
37,507,456 |
즉, 각 직원들마다 연중 근무일수가 다르고 급여는 근무일수에 비례하여 지급하는 것이므로 이렇게 각 직원별 근무일수를 감안한 평균을 계산해야만 보다 정확한 '평균연봉'이란 걸 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 회계에서는 이와 같은 가중평균을 상당히 자주 사용합니다. 회계나 재무관리를 좀 공부해보신 분들은 알고 있겠지만, 자본화 차입원가라든지, 가중평균유통주식수, 가중평균 공헌이익률, 가중평균지본비용(WACC) 등등 뭐 어지간한 평균을 구하는 것들은 거의 가중평균을 사용하죠.
업계 평균연봉의 허상
지금까지 알아본 바와 같이, 소위 말하는 '업계 평균연봉'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① 각 기업에 발표하는 급여액'이 각 기업별로 계산하는 방법이 다르고, 또 통상적으로 '연봉'이라 할 수 없는 금액들까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② 상장기업의 사업보고서에 나오는 평균연봉의 계산방식(연간총급여액÷연말직원수)은 정확한 평균연봉 계산법이 아니다.
그리고 또 하나 감안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경력 연차가 높을수록 연봉도 높아지게 마련인데, 각 기업의 사정에 따라 평균적인 경력 연차가 다를 수 밖에 없겠죠. 쉽게 말하면, 10년차 이상의 베테랑 위주로 구성된 회사와 신입~5년차 미만 위주로 인력이 세팅된 회사와는 수치상의 평균연봉이 당연히 차이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단적인 예로, 얼마전에 보도됐던 '업종별 대표 중소기업 평균연봉'에서 저희 회사의 모기업인 오로라월드가 평균연봉 4600만원으로 동종업계 경쟁사인 ㅅㅇㄱ의 2755만원에 비해 무려 67%나 높다는 기사가 나온적이 있었는데요. 기업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은 단순히 이 수치만 보고 '오로라월드가 연봉을 많이 준다'라고 생각하겠지만(뭐 실제로 많이 주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오로라의 경우 비교적 급여액이 적은 생산직, 판매직 등은 별도의 해외법인이나 자회사 소속으로 되어 있고 본사에는 관리직과 전문 디자이너 위주로 근무하고 있어서 평균연봉이 높게 계산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관련기사 링크: http://www.asiatoday.co.kr/news/view.asp?seq=622670 )
즉 이와 같이 대중에게 공개된 정보만 가지고는 각 기업의 정확한 평균연봉을 알 수는 없으며, 설사 그 정보가 정확하다 하더라도 각 기업별로 인력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수치의 크고 작음만 가지고 어느 회사의 연봉이 더 짜거나 후하다고 단순 비교를 할 수는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뉴스나 공시자료에 나오는 회사별 평균연봉을 보고 자신의 연봉이 다른 회사 평균보다 작다고 해서 무조건 실망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그런 자료에 나오는 수치들은 어차피 정확한 평균연봉이 아니니까 그냥 단순 참고용으로만 보시고 자신의 실력으로 연봉을 높여가시기 바랍니다. 그럼 여러분의 연봉에 포스가 함께 하시길 바라며, 다음 번엔 더욱 유익한 포스팅으로 '자주' 찾아뵙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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