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오늘(27일) 기획 포스팅을 할 예정이었으나 회계 포스팅에 삘이 제대로 꽂혀서 포프님의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그냥 배째고(!) 회계 포스팅을 써봅니다.
지난 회에서는 계정과목에 대한 기초와 더불어 게임개발사 프로젝트의 예산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급여와 복리후생비에 대해서 살짝 알아봤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인건비 이외에 또 어떤 비용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죠.
인건비, 그거 말고 또 뭐가 필요해?
일단 사람을 뽑아서 독립된 개발팀을 운영하려면 일단 업무할 공간이 필요하겠죠. 뭐 소규모 개발팀이 자체 건물을 보유하고 있을리는 만무할 터이니(하지만 창업자가 재벌 아들이라면...?) 당연히 사무실을 임대해야 겠죠. 그러면 월세(임대료)와 관리비가 들어갑니다. 뭐 초기에는 보증금도 필요하지만, 보증금은 나중에 돌려받는 돈이기 때문에 회계상으로는 비용이 아닙니다. '자산'으로 분류되죠.
월세와 관리비는 사무실의 지리적 위치, 규모 등에 따라 좌우되는데요. 다들 아시다시피 강남의 노른자위에 큰 평수를 구하려면 월 천만원씩은 그냥 날아갑니다. 명색이 회사인데 월 천만원 뭐 그정도야... 할 수 있겠지만 천만원이면 하루에 33만원입니다. 아무것도 안해도 그냥 매일 PS3 한 대씩 건물 옥상에서 던진다고 생각하시면 '아 이거 장난이 아니구나'라고 확 와닿을 겁니다. - 만약 옥션 최저가로 구매한다면 금요일 퇴근할 때 한대 더 던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소규모 신생 개발사들이 구로나 가산 디지털단지로 빠지거나 아니면 지역자치단체 등이 저렴하게 제공하는 건물로 들어갑니다. 이런 곳을 잘 구하면 강남 테헤란로와 비교해서 절반 이하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죠. 물론 그 대신에 명함의 회사주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남간지'는 사라지지만, 그 간지 살리는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생각하면 그냥 돈벌기 전까지는 꾹 참는 것이 좋습니다. 돈도 못벌면서 곧 죽어도 강남에 있어야 한다고 테헤란로에 소규모 개발사 세팅했다가 잘 된 회사는 못 본 것 같군요.
뭐 이런 월세나 관리비는 거의 고정비이기 때문에 예산에 반영하는 건 아주 쉽습니다.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다만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팁을 좀 알려드리자면 에어컨을 가동하는 여름철 전기세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다른 때 관리비의 2배 이상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셔야 하고, 전기세, 전화료 등 각종 이용요금은 실제 사용한 달의 다음 달 말일에 납부한다는 점을 감안해서 예산 계획을 짜야 합니다. (전문용어?! 로 M+1월 정산이라고 하죠) 그러니까 예를 들어, 9월 예산 짤 때 "아~ 이 달은 에어컨 별로 안 틀 테니 관리비 적게 나오겠지" 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뜻입니다. 9월에 날아오는 요금고지서는 8월에 사용한 비용이 청구되는 거니까요.
뭐 이 밖에도 사무실에 들여놓을 PC, 책상, 사무기기 등등이 있지만 뭐 이런건 다들 잘 아실테니 굳이 따로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경험상 Windows라든지 MS Office 등 소프트웨어는 당장 싸게 산다고 DSP 에디션(한번 설치하면 설치된 시스템에 종속되어 다른 PC에 옮겨서 설치하거나 버전 업그레이드가 불가한 라이선스)으로 구매하는 건 비추입니다. 이런 라이선스는 처음 설치한 PC가 고장나거나 하면 소프트웨어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리거든요. 그러니까 가급적 영구 라이선스+약간의 추가비용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라이선스로 구매하시기를 권합니다.
퍼블리셔 못구하면 그냥 자체 서비스 하면 안돼?
소규모 개발사에서 일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게임을 잘 만들어놓아도 퍼블리셔 구하기 정말 힘들죠? 사장님, 개발이사, 사업팀에서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녀도 퍼블리싱 계약 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면 개발만 열심히 해온 개발자분들은 회의 때 막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자체 서비스... 말은 참 쉽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을 직접 론칭해본 분이나, 게임 회사에서 좀 전체적인 관리 업무를 해본 분이라면 온라인 게임을 개발사에서 자체 서비스한다는 게 얼마나 힘세고 강한 일인지 잘 알 겁니다. 이것은 마치 열 한개의 사슬 편지를 입고 힘센 이끼를 잡으러 드라군의 음식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에 비유할 수 있죠. (이 개그코드가 뭔지 잘 모르는 분은 '왈도체'를 검색하세요) 그러면, 신생 개발사가 온라인 게임을 자체적으로 서비스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한 번 짚어볼까요?
- 엔진 라이선스 구매 비용
(게임브리오 같은 상용엔진인 경우) - 서비스 인프라 구축 비용
(서버 장비 확보, IDC 입주, CDN 계약 등) - 마케팅 비용
(광고비, 홍보비)
- 콘텐츠 양산 및 서비스를 위한 인력충원
(개발팀 인력충원, 운영인력 충원) - 상기 1~4을 실행하기 위한 자금 마련
▣ 엔진 라이선스 구매비용
요즘 클라이언스/서버 기반의 온라인 게임이 상용 엔진 안쓰고 자체 엔진으로 개발하는 사례는 거의 없죠. 대형 프로젝트에서 쓰는 언리얼이나 크라이는 수십억을 호가하고, 국민 엔진(!) 겜브리오도 대략 2~3억 정도는 있어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뭐 국산 엔진을 쓰면 더 싸긴 한데 선호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은 것 같더군요. 요즘은 Unity3D 엔진이 뜨고 있기는 한데 C/S 기반의 온라인 게임에서 얼마나 대세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군요. (뭐 제가 있는 회사에서도 Unity3D 엔진으로 C/S 기반의 캐주얼 MMO를 만들고 있기는 합니다만...)
어쨌거나 개발 초기에는 정식 엔진 라이선스 없이 그냥 평가판이나 혹은 어둠의 경로로 구해서 개발을 했다손 치더라도, 최소한 CBT나 OBT 쯤 되면 정식 라이선스를 구매해야만 합니다. 만약 게임브리오 엔진을 쓰고 있었다면 라이선스비로만 대략 3억의 자금이 필요한 거죠. (단, Unity3D 엔진은 라이선스 구매 방식이 좀 독특합니다)
▣ 서비스 인프라 구축비용
C/S 기반의 온라인 게임이라고 해도 소규모 개발팀의 경우라면 프로토타입까지는 서버 접속 없이 클라이언트 상에서 구동되는 스탠드 얼론 방식으로 개발하고, 알파 버전까지는 서버를 붙이더라도 사무실에 PC 몇 대 두고 간소하게 돌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CBT, OBT 단계가 되면 불특정 다수로부터 회원 가입도 받아야 하고 동시접속자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성능 좋은 서버 장비를 구해서 IDC에 입주해야 하고 CDN 서비스도 구축해야 합니다.
기업의 전산시설을 위탁 관리하는 곳으로 대규모 서버 장비 및 통신장비의 운영과 관리를 대행하며 네트워크 회선 등을 제공한다. KT에서는 ICC (Internet Computing Center) 라고도 한다. 보통 IDC에 입주하면서 코로케이션(Co-Location)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게 되는데, 이는 IDC에 입주한 서버가 해당 통신사의 고속 인터넷 백본망에 직접 접속하는 네트워크 서비스를 뜻한다.
CDN: Contents Delivery Network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이용자들에게 대용량의 콘텐츠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전달(다운로드)하기 위한 서비스이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보통 클라이언트 프로그램과 패치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CDN을 이용한다. 클라이언트와 패치 용량이 크고 이용자수가 많은 게임이라면 매월 수 천만원 이상의 CDN 이용료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일단 서버 장비 구매비용은 서버의 사양과 장비의 숫자, 구매 방식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case by case라서 딱 얼마다라고 말할 순 없지만 서버 운영체제 등을 포함하면 대략 1억원 정도는 있어야 왠만한 동접을 버티는 정식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구매방식은 일시불로 하거나 리스(Lease) 가운데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 리스는 구매 대금을 장기간 나누어서 납부할 수 있어서 일시불처럼 목돈이 없어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문제는 신생 개발사는 기업 신용도가 전혀 없기 때문에 담보나 보증을 두지 않는 한 거의 어렵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일시불 구매를 할 수 밖에 없겠죠.
IDC의 경우는 보통 코로케이션 이용료와 함께 통신요금 납부하듯이 월납으로 납부합니다. 납부할 요금의 종류로는 인터넷 백본 접속료, 랙 사용료, 전력 추가 사용료 등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 백본 접속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KT를 기준으로 백본 접속료는 1Gbps의 경우 2700만원이며, 100Mbps는 370만원, 50Mbps는 274만원입니다. 가장 저렴한 10Mbps 급으로 한다고 해도 기타 필수적인 부가 서비스 요금까지 합치면 매월 300만원 이상은 들어갈 겁니다.
CDN이용료의 경우는 이용량에 따라 요금이 증가하기 때문에 보통 CBT, OBT 초기 또는 대규모 프로모션을 통해 신규 유저들이 많이 유입되는 시기에 요금이 많이 발생합니다. 어떤 서비스를 어떤 요금제로 선택하고 또 유저가 얼마나 많이 다운로드를 받느냐에 따라 요금이 천차만별인데, 시to the망 게임이 아니라면 그래도 월 200~400만원 이상은 발생하며, 신규 유저가 많이 몰리는 시기에는 수천만원까지도 나올 수 있습니다.
▣ 마케팅 비용
게임을 서비스할 때 가장 부담스러운 비용이 바로 마케팅 비용이죠. 퍼블리싱사에서 온라인 게임 마케팅을 해본 분은 알고 있겠지만, 요즘 마케팅 비용 몇 억 써봐야 별로 티도 안납니다. 한 론칭 초기에만 5억 이상은 써야 "아 뭐 그 게임 광고배너 본 것 같아!" 정도의 반응이 나오죠. 네이버 메인에 띄우는 배너의 경우 게재 시간대에 따라 1천만원~2천만원 정도가 드는데, 평균 1500만원으로 잡아도 5억을 다 네이버 메인 페이지 배너에 써봐야 30시간 남짓입니다. 하루 2시간씩 게재한다고 하면 2주 정도 띄우는 거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광고를 네이버만 할 수도 없고 게임 웹진, PC방 초기화면 광고, 바이럴 마케팅, 론칭 이벤트 경품비, 기타 등등 다 커버하려면 5억이라고 해봐야 얼마 하지도 못합니다.
▣ 콘텐츠 양산 및 서비스를 위한 인력충원
보통 소규모 개발사의 경우 퍼블리싱 계약에 체결되어야 초기 계약금 받은 것을 밑천삼아 인력을 대거 충원해서 정식 서비스를 위한 콘텐츠 양산 체제에 들어가죠. 하지만 자체 서비스를 하겠다면, 이 충원 인력도 자체 비용으로 감당해야 합니다. 게다가 직접 서비스를 하려면 운영팀도 세팅해야 하는데 보통 10명 이상의 GM이 있어야 주말과 심야 시간대에도 최소 1명이 모니터링을 할 수 있죠. 10명이면 평균 급여액을 150만원 정도로만 책정해도 매달 1500만원이 소요되고 이들의 업무용 장비와 복리후생비 등의 부대 비용이 더 소요됩니다.
▣ 자체 서비스, 그럼 얼마나 드는 거지?
그럼 이제 계산을 해 봅시다. 평균 급여액 230만원인 15명의 인력으로 개발기간 2년 동안 CBT 버전까지 개발하는 기본 비용은 대략 이렇게 됩니다.
- 급여: 230만원 x 15명 x 24개월 = 4억 1400만원
- 복리후생비: 급여액의 30% 추정 = 1억 2420만원
- 사무실 임대료 등 유지비용 x 24개월 = 1억 2천만원
- PC 등 각종 장비 및 비품 구매 (추정) = 6천만원
- 필수 정품 소프트웨어 (최소한 추정) = 3천만원
= 합계: 약 7억 4천만원 (월평균 약 3100만원)
필수적인 비용만 대력 7억 4천만원이 나오는군요. 금액이 생각보다 좀 적은 이유는 인원이 15명으로 제한되어 있고 부대비용도 낮은 수준으로 잡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여기에 그래픽이나 사운드 등 각종 외주 제작비와 추가 인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으므로 10억 이상을 쓰게 마련이죠.
그러면 이제 게임의 자체 서비스 단계가 되면 얼마나 비용이 증가하는지 알아봅시다.
3100만원이면 되던 월 비용이 7175만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죠. 게다가 이건 운영팀 인력 10명만 추가한 것으로 가정했을 때입니다. 만약 콘텐츠 양산을 위해 개발팀 인력을 추가한다면 그 인력의 월급+복리후생비 이상의 추가 자금이 필요합니다. 즉 개발팀 규모가 조금만 더 커지면 월 소요 비용 1억이 넘어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껴쓰면 2년동안 7억 4천으로도 버틸 수 있었는데, 서비스 단계가 되니까 7억으로는 겨우 반년 남짓 밖에 못버티게 되는 거죠.
게다가 여기에는 아직 엔진 라이선스비와 마케팅비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반약 엔진 라이선스비가 3억이고 상용화까지 마케팅비를 5억 정도 쓴다고 하면 계산이 어떻게 될까요?
□ 초기 2년 개발 단계 소요비용: 7~10억
□ CBT ~ 상용화 단계 소요비용: 7~10억 (월 7175만원씩 10~12개월)
□ 엔진 라이선스비, 마케팅비: 8억
■ 합계: 22억 ~ 28억 (CBT 단계에서 개발인력 충원시 25~30억)
자, 이렇게 대충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자체 서비스를 하려면 2년 동안 개발을 위해 투입했던 비용의 두 세배가 넘는 추가 자금을 불과 1년도 안되는 기간 동안 지출해야 합니다. 게다가 이건 어디까지나 비교적 소형 프로젝트의 경우이고 게임 사이즈가 좀 커지면 이보다 훨씬 예산이 크고 아름다워집니다. 뭐 그래도 기필코 자체 서비스를 강행하겠다구요? 뭐 정 퍼블리셔를 구할 수 없다면 시도할 수 밖에 없겠죠.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기초적인 회계 감각을 바탕으로 한 예산 관리능력과 자금조달 능력이 뒷받침 되어야만 합니다. 아니 사실 개발팀을 꾸릴 때부터 이러한 능력이 중요하죠.
자, 이제 대충 게임 개발팀 하나를 꾸려나가는데 어느 정도의 자금이 어떻게 소요되고 자체 서비스까지 생각한다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지 대충 감이 잡히실 겁니다. 물론 요즘 유행하는 앱 개발이나 웹 게임 개발로 생각하시면 비용이 좀 적게 들어가겠죠. 앞으로 이어질 포스팅에서는 실제 사용 가능한 예산관리 문서양식(엑셀)을 통해서 예산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서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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