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창업이 대세다!!
라고 사람들이 줄기차게 주변에서 이야기합니다. 일면 맞는 말이고 틀린 말이기도 하죠.
맞는 말입니다.
창업하기 좋은 시기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어느때보다 vc(venture capital) 투자도 활발한 시기이고, pc internet base에서 smart device internet base로 환경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죠. 2년전에 메신져 만들어서 1천만 회원 모은다고 하면 미친놈 소리 듣기 딱 좋았지만(네이트온이 정to복)인데, 카카오톡이랑 틱톡이 1-2천만의 회원을 모집했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10년만에 다시 찾아온 기회의 시기일지도 모릅니다. 이럴때 창업은 안한다면 도대체 언제 하라는겁니까?
그렇지만 틀린 말입니다.
창업하는데에 시기가 다가 아닙니다. 창업을 하고 사업을 성공 시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시기라는 이점은 나에게만 주어지는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주어지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나에게만 강점이 되는 바가 아니라는 것이죠. 따라서 창업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수 많은 장벽을 극복하고 사업의 성공 그 자체를 잘 추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1. 그래. 나도 게임회사를 만들어서 내 게임을 만들겠어.
라고 생각하고 나서부터 해야 할 일은 생각해보면 사실 사업 시작하게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게임 개발 자체는 일단 자신이 있다고 칩시다. 그건 그냥 내가 가진 기술이나 엔지니어 운영이나 수급능력, 그리고 게임 자체의 아이디어나 개발 계획에 대한 것이겠죠.
그러나 그것을 만들기위해 실제적으로 필요한 것은 결국 '실무'적인 부분입니다.
게임 만드시면서 아마 게임 만드는 실무는 충분히 경험해보신 분들이 회사를 만드시겠다고 생각 할 것입니다. 그런데, 회사, 더구나 주식회사로 회사를 만들어서 운영하시려면 주식회사라는 놈 자체에 대해서 잘 알고 어떻게 회사 그 자체를 운영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잘 아셔야 할 것입니다.
자금은 어떻게 돌릴 것인지, 초창기 지분은 어떻게 할 것인지, 투자를 받게 된다면 어떤 투자가들한테 받을 것인지, 또 어떤 조건으로 투자를 받을 것인지, 회사 경영권은 어떻게 보호를 할 것인지, 그리고 같이 회사를 만든 사람들에게는 어떤 식으로 보상을 할 것인지, 회사를 운영하다가 잘 안된다고 관두고 나가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준 지분은 또 어떻게 할 것인지, 투자 이후에 자금은 어떻게 집행해나갈 것인지, 법률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회계적인 처리 및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회사 설립 초기에야 사이 좋았던 파트너들과의 사이가 나빠지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내가 지금 자금 운영하거나 회계처리하고 있는 방식이 문제가 없는 것인지,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주식회사 정관은 도대체 뭘 의미하는 것인지, 등등
그냥 앉은 자리에서 막 떠오르는데로 이야기를 했는데도 이정도입니다. -_- 도대체 고려해야 할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문제에 대해서 무지한 상태에서 그냥 회사를 만들어서 그냥 법무사, 회계사 한테 일을 다 맡겨놓고 난 잘 모르겠다고 하고 회사를 그냥 운영한다면 나중에 사업이 잘 되더라도 해결해야할 문제가 매우 많아 집니다. 심지어 가끔 회사 창립자는 나인데, 회사가 성공하고 나니까 갑자기 나는 쫓겨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분명히 초창기 투자가였는데, 나한테 떨어지는 수익은 얼마 없는 경우도 있죠. 회사를 위해서 최선을 다했는데, 회계적으로 생각치도 않게 불법을 저지른 경우도 있죠. 잘 챙겨놓지 않은 지분때문에 회사에 신규 투자를 받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매각하기도 만만치 않아지게 일이 꼬이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게임 회사를 만드시고 운영하시려면 게임만 잘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그건 기본이고, 그보다 더 기본은 회사를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이 필수입니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보시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잘못 싸인한 계약서 한장에 자기 지분율이 사라져버릴 수도 있고, 숀 패닝이 잘 도와준 덕에 vc와의 투자 조건이 회사에 매우 유리하게 적용되기도 합니다. 자본주의의 회사 시스템이라는게 잘 이용하면 큰 무기가 되지만, 잘못하게 되면 자신에게 큰 독으로 다가옵니다.
2. 그래도 난 창업을 하고야 말겠어.
라고 생각하시고 계신다고요? 그렇다면 별 수 없습니다. 회사를 어떻게 만들어나갈지를 게임을 어떻게 만들지와 함께 잘 고민하고 많이 생각하셔야 합니다.
모르면 배우면 됩니다.
그냥 변호사한테 맡겨놓겠다고요? 그냥 믿을 만한 회계사무실이 있다고요? 법무사가 그런거 다 알아서 해주는거 아니냐고요? 그들이 물론 전문가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사람들은 여러분이 잘 컨트롤 할 수 있는 만큼만 일을 합니다. 여러분이 잘 모르면 그사람들은 그사람들 편의에 맞춰서 일을 합니다. 아니 왜 돈 주고 일 시키면서 제대로 시키지 못해서 나중에 피해볼 일을 하십니까?
제가 쓰는 연재는, 주변에 개발자로써 뛰어나신 분들이 회사를 만드시면서 이런 문제에 봉착하시는 경우를 많이 봐왔고, 그런 문제를 잘 풀고 해결해나가야 진정으로 게임의 성공을 넘어서 회사의 성공까지 이뤄내실 수 있기에 그런 부분에 약간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글을 쓰려고 합니다. 가능하면 회사의 설립부터, 회사가 ipo 하거나 혹은 m&a를 통해 매각이 되는 경우까지 그 중간에 거칠 수많은 일을 회사 설립시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밟아 나가며 쓰려고 합니다.
개발사이드에서 고민하실때는 모르셨던, 운영이나 투자사이드의 일도 잘 아셔야 합니다. 게임이 성공해서 그게 정말로 회사를 만든 분들에게 부를 가져다 주려면 그 게임을 어떤 회사의 틀 안에 담아야 하는지도 잘 고민해야합니다.
개발자 여러분. 창업 화이팅입니다. 방패와 칼 모두 들고 험난한 게임판에 뛰어 들어보죠.
반응형
'비지니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임회사의 회계이야기 (5) - 개발사의 자체 서비스는 왜 어려운가 (11) | 2012.01.27 |
---|---|
게임회사의 회계이야기 (4) - 예산계획의 시작 (9) | 2012.01.24 |
게임회사의 회계이야기 (3) - 퍼블리싱 계약금은 매출일까 부채일까? (24) | 2012.01.15 |
게임회사의 회계이야기 (2) - 회계는 합리적인 거짓말이다 (9) | 2012.01.12 |
게임회사의 회계이야기 (1) - 누구에게나 회계는 있다 (19) | 2012.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