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많은 게임 개발자들이 그렇듯이 저 역시 어릴적부터 게임을 즐겨왔습니다. 게임은 유년기에 있어서는 좋은 추억이었고, 청소년기에 있어서는 꿈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재에 있어서는 삶의 동반자입니다. 하지만 모두들 아시다시피 게임은 사회의 적으로 몰리고 있고, 개발자들 역시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저 역시 항상 이에 대해 분개하고 있고 게임이 나쁜 것이 아니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게임을 하면 폭력적으로 변한다느니 뇌가 손상된다느니 등의 헛소리에 대한 반박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럼 아이들이 게임에 왜 빠지는데? 게임이 일부러 빠지게 만드는거 아니야?
셧다운제 아니면 방법이 있긴해?
하지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서는 스스로 벙어리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뭔가 아니긴 한데 딱히 뭐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는 논리적으로 설명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아니라고 그건 잘못 생각하는거라고 아우성치는 것 뿐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정말... 정말 게임이 나쁜것인걸까... 난 지금까지 뭘 한거지?
사실 제가 게임을 만드는데 있어 그럴싸한 철학이라든지 사상이라든지 따위는 없었습니다. 그냥 게임이 좋아서 게임을 만들어왔고, 모두들 그러한 게임을 즐겁게 즐겨줄 거라는 막연한 생각 뿐이였습니다. 그러다보니 현 시국에 와서는 사상이 흔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궁금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사상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게임이 잘못된것일까?
그래서 게임과 중독에 관한 생각을 정리하고싶어서 관련 글들을 이것 저것 읽어보았었습니다. 많이 읽어보지도 못했고 아직도 봐야할 것 들이 많지만 그동안 제가 생각한 내용들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제가 똑똑하지 못하여 잘못 이해한 것이 있을수도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답변들을 정리해볼까합니다. 그동안 아무 생각도 없다가 급하게 급조하여 프랑케슈타인처럼 이것 저것 짜집기 해 놓은 논리라 빈 틈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제 생각이 무조건 옳다 주장하는게 아니라 여러분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고 싶어 쓰는 글이니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현재의 게임
우리가 20년전만해도 PC게임을 즐기는 아동청소년은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예전이라 통계가 없어 기억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정확하지는 않지만 전체의 5%정도에 불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게임이 일부만의 문화가 아닙니다. 2011년 청소년 매체이용 실태조사에 의하면, 70%이상이 온라인게임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합니다. 그렇다면 무엇때문에 게임을 이용하는 아동청소년들이 증가한 것입니까? 물론 PC와 인터넷의 보급이 절대적인 이유를 차지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하기에는 2%가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또한 장르가 편중화 되어 있다는 것도 예전과 다른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예전만 해도 슈팅, 아케이드, 액션, RPG 등 장르 불문하고 게임을 즐겼습니다. 현시대에 와서 그 장르는 더 다양해지긴 했지 주 선호 장르는 MMORPG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서 보고한 "청소년 게임중독 예방 프로그램 효과 검증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가장 주로 하는 게임 장르가 MMORPG라고 합니다. 초등학생은 46%가, 중학생은 32%가 MMORGP 를 즐긴다고 합니다. 유독 MMORPG가 인기 있는 이유는 또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그 이유를 찾아보기 위해서는 요즘 어린이들의 생활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의 아이들
요즘의 학교 생활은 아이들에게는 가혹하기만 합니다. 학교에서는 제대로된 실험실습은 사라진 지 오래이고 모든것을 책으로만 학습합니다. 방과후에는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고 학원을 전전하며 밥도 제때 못먹습니다. 저녁시간에 집에 가 봤자 엄마도 없어 정크푸드로 끼니를 때우기도 합니다. 그것도 그럴것이, 아이의 학원을 몇 개씩 보내려면 부모도 맞벌이를 할 수 밖에 없어서 아이를 챙겨주기도 힘듭니다. 정시 퇴근도 못하고 밤 늦게 되서야 퇴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밤되고나서야 가족이 모이면 “우리가 너 공부시키려고 이렇게 고생한다”라며 아이를 압박합니다. 당연히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으며 성적을 비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그 나이대에 견디기에는 너무 가혹합니다. 학교가 가기가 싫어지고 심지어는 자살 충동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 지식채널E, 2007 -
"청소년 자살예방 NECA 원탁회의 합의문"에 의하면 청소년의 사망 중 자살이 30%에 이른다고 합니다. 최근 10년동안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입니다. 아이들이 행복했다면 자살같은거는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2012한국어린이청소년행복지수국제비교"에 의하면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OECD 국가중 가장 꼴지라고 합니다. 조사를 시작한 2009년부터 연속 4년동안이나 계속 꼴지인 것입니다. 우리나라 아동청소년들은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불행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의 행복감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삶의 질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행복은 다양한 측면에서 인간의 삶에 긍정적으로 기여를 하며 그 중어린 시절에 경험한 행복감은 그 자체로서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평생에 걸쳐 긍정의 힘을 제공하는 원천이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초등학교 시기는 자아성장의 결정적인 시기로써 순조롭게 발달하지 못하고 실수나 실패를 거듭하게 되거나 가정, 학교, 사회가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면 아동은 부적절함과 열등감을 갖게 됩니다. 어린시절이 행복하지 못하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되는데 큰 어려움이 따르게 되는 것입니다.
행복이란
그렇다면 행복이란 무엇일까. 사실 행복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가 추상적인데다가 무형적인 개념이라서 적절한 기준과 정의를 내리기는 애매합니다. 다만 행복의 관점은 여러 학자들에 의해 오랜시간동안 논의가 되어 왔고 그 중 하나가 철학적 견해와 사회과학적 견해가 수렴된 심리적 안녕감( psychological well-being)이라는 구체적인 개념의 정의입니다. 심리적 안녕감의 관점에서 삶의 질이 높다는 것은 한 개인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심리적으로 잘 기능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 심리적 안념감은 다음과 같은 여러 요인들로 이루어집니다.
첫째, 자기수용(self-acceptance). 이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만족스럽게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신의 행동과 동기 그리고 감정을 적절하게 인지하는 것을 넘어선 자신에 대한 긍정적 관심으로써 일종의 자기에 대한 평가(self-evaluation)라 할 수 있습니다. 합리적인 목표의 자기애로써 쉬운말로는 자존감과 어느정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개인적 성장(personal growth). 이는 자기실현에 관련된 것으로써 지속적인 잠재력 개발 과정을 포함합니다. 인생의 각 단계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것입니다. 또한, 새로운 경험에 기꺼이 도전하는 자세를 의미합니다.
셋째, 타인과의 긍정적 관계(positive relations with others).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타인과 친밀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것은 행복한 삶을 구성하는 중심적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넷째, 삶의 목적(purpose in life). 삶에 내재한 근본적인 도전은 삶의 의미와 방향을 매순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섯째, 환경에 대한 통제능력(environmental mastery). 이는 자신이 심리적 상황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내고,그 환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환경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즉, 복잡한 환경들을 조절하고 다루기 위한 능력을 요구하며,육체적 정신적 활동들을 통하여 창조적으로 변화하는 세계 속으로 나아가기 위한 능력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여섯째,자율성(autonomy). 이는 자기결정,독립심 그리고 그 속에서 행동의 통제와 같은 특징입니다. 자율성이 강한 사람은 집단적인 두려움 등에 집착하지 않고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마 이쯤에서 제 의도를 눈치 채셨을겁니다. 제가 하고싶은 말은 바로 게임에서 이러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심리적 안녕감과 게임에서 제공해주는 보상은 놀라우리만치 정확히 일치합니다. 그럼 게임에서 어떠한 요인들을 제공해주는지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도전과 성장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웅장한 도전을 제시합니다. 플레이어는 그 도전을 뛰어넘고 게임은 더 높은 도전을 또 제시합니다. 도전을 뛰어넘고 나면 끊임 없이 난관을 제시하고 그 난관을 뛰어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그 난관이 터무니없이 높은 목표를 제시하지 않습니다. 그 어떤 게임도 이제 막 나무몽둥이를 쥐고 나무갑옷을 입은 레벨1 모험가에게 화산지대가서 레벨 100 레드드래곤을 잡아오라는 어려운 일을 시키지 않습니다. 모험가 역시 그러고 싶어하지도 않습니다. 그랬다가는 너무 높은 목표에 좌절을 느끼고서는 하고자 하는 의지를 잃어버리고서는 금새 관둬버릴것입니다. 그러므로 게임에서의 도전은 플레이어가 인내할 수 있는 수준 내에서의 조금 높은 난이도로 제공합니다.
여기서 잠깐 조금 재미없는 이야기를 하고자합니다. 게임의 재미나 중독을 설명하는데 응용되는 이론들 중 몰입(flow)이론이란 것이 있습니다. 칙센트 미하이 교수가 30년에 걸쳐 체계화한 이론인데 게임 뿐 아니라 스포츠나 작곡 등 삶의 전반에서 목적으로하는 도전 정신이나 즐거움에 의한 자발적인 행동에서 나온 몰입경험을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에서 플로우(flow)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몰입을 통해 행복한 기분을 느끼는 심리상태. 어떤 일에 집중을 해 내가 나임을 잊어버릴 수 있는 심리적 상태로, 곧 행복을 의미한다. 즉, 인간의 행복은 개인이 갖고 있는 잠재능력을 한껏 발휘하는 상태에서 나온다.
이런 최적의 경험 상태(state of optimal experience) 에 도달하기 위해 인간은 도전(challenge)과 기술(skill) 이 두 가지의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도전과 기술이 너무 어렵지도 않고 너무 쉽지도 않은 일정 수준 이상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으면 몰입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개념을 게임에 적용시켜보면 다음과 같은 그래프로 표할 할 수 있을 것이고 앞서 제시한 레벨 1 모험가의 성장에 적용 해 볼 수 있을것입니다. 이러하듯 게임은 적절한 난이도의 목표를 플레이어에게 제공하며, 플레이어는 해결과 도전을 반복하며 성장을 하며 모험에 빠져들게 됩니다.
출처 : MMORPG의 재미 평가 모델에 관한 연구, 윤형섭
또한 이러한 도전과 모험을 통한 성장 과정에 있어서 항상 긍정적인 피드백이 제공됩니다. 게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피드백이라고 해도 과언 아닐 정도로 중요합니다. 퀘스트를 수행하고나면 단 돈 1원이라도 보상을 해줍니다. 꼭 거대한 용이 아니더라도 몬스터를 잡고나면 즉각적으로 경험치로 피드백을 제공을 해줍니다. 뿐만 아니라 경험치 + 100 ,힘 +10 등 능력치의 향상을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플레이어가 성장하고 있음을 확실히 긍정적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이러한 모험과 성장을 통해 플레이어가 스스로 현재의 능력에 대하여 제대로 평가하고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도전정신과 함께 성장을 해 나감으로써 자기수용(self-acceptance)과 개인적 성장을 느끼면서 행복감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아동청소년들의 현실에서는 이러한 긍정적인 피드백이 존재하지 않으며, 항상 높은 목표와 어려운 성장에 부딪히게 됩니다. 결과는 항상 저 멀리 있어 잡히지 않고 쉽게 지쳐버리고 실패에 직면합니다. 그렇게 좌절하고 불안해하고 비관을 느끼고서는 불행해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협력
물론 게임에서도 항상 성공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혼자 하기에는 너무 벅찬 난관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로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여 난관을 헤쳐나갑니다. 길드나 파티를 통해서 서로 신뢰하고 유대감을 가지며 플레이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같은 목표를 향하여 협력하여 각자의 역할을 수행해나갑니다. 이는 예전의 우리가 어린시절에 플레이해왔던 스탠드얼론 게임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강력한 시스템입니다.
이러한 협력을 꼭 온라인 친구들하고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협력은 학교 친구들과도 함께 합니다. 2007년 행안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동 청소년들의 PC방에 가는 이유 중 60% 이상이 친구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서 서로 친해지며 그룹 구성원으로써의 유대감을 가지게 됩니다.
최근 이혼률이 증가하면서 혹은 맞벌이가 늘어나면서 등의 이유들로 가정에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사례가 많아졌습니다. 학교에서도 학우들은 경쟁의 대상, 비교의 대상 혹은 폭력의 대상일 뿐입니다. 청소년의 자상 요인 중 1순위가 외로움이라는 한국정보문화원의 발표를 통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통해서 타인과의 긍정적 관계(positive relations with others)를 맺음으로써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서사시
플레이어는 게임속에서 거대한 세계를 여행합니다. 그 세계관의 웅장한 대 서사시 안에서 영웅이 되어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장엄한 임무의 주인공이 되어서 영웅으로써의 맏은 바 임무를 수행하며 모험을 합니다. 서사적이든 비서사적이든 그 이야기 안에 동화되어 임무를 수행합니다. 그렇기때문에 모험을 하면서 동기와 영감을 얻고 세계를 여행합니다. 현실에서는 왜 하루종일 공부해야하는지, 왜 스트레스 받으며 고통스러워야하는 지 모른채 강압에 의해 수동적인 삶을 살지만, 게임 안에서는 삶의 목적(purpose in life)을 가지며 기꺼히 도전합니다.
그렇기때문에 게임 안에서는 그 누구도 수동적이지 않습니다. 그 누구도 모험을 강요하지 않지만 스스로의 의지로써 각자 맡은바 목적을 수행합니다. 자신의 의지를 이야기에 개입시키고 게임은 다시 그 결과를 반영함으로써 플레이어로 하여금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도록 합니다. 플레이어가 한 의사 결정과 행동으로 인하여 게임의 세계가 변하게 되는 것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게임의 세계에 플레이어가 직접 개입함에 따라 전개가 달라지는 데에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정해져있는 스토리 라인이라도, 그 내용의 전개는 플레이어들 간의 상호작용과 의사결정에 따라 달라 질 수 있습니다. 이는 게임의 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갖고 통제력을 행사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과정으로 환경에 대한 통제능력(environmental mastery)과 자율성(autonomy)을 얻음으로써 현실에서 채워주지 못하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이토록 아동청소년들이 게임을 한다는 것은 행복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에 기인한 것입니다. 현실에서는 행복하지 못하기때문에, 본인은 인지하지 못하지만,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게임에서 행복감 찾는것입니다. 그로써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써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동기
여기서 또 잠깐 심심한 이야기를 또 꺼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간이 어떠한 행동을 하는 데에는 동기가 주된 요인이라 여기고, 어떠한 요인이 사람의 행동을 일으키고 유지시키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동기(Motivation) 이론이란 것이 있습니다. 이는 게임의 재미 연구에서도 사용되는데, 심리학적 기반의 연구에 초점을 맞추어 플레이어들이 어떤 동기에 의하여 게임을 이용하는지 설명하는데 사용됩니다. 심리적 충족감 때문에 게임에 빠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동기는 크게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와 외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로 나누고 또한 이를 성취(achievement)와 비성취(non-achievement)로 구분하여 설명되고 있습니다. 그러한 요소들을 보자면 성취 내적 동기 차원으로는 보상이나 승리 등이 있을 것이며, 비성취 외적 차원으로는 대인 관계 등이 있을 것입니다. 앞서 설명한 내용들과도 일맥 상통 합니다. 즉, 게임에 대한 동기는 내적, 외적 차원과 성취 비성취 차원에서 모두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동기들을 욕구로써 부여하는 관점도 있습니다. 매슬로우가 제시했던 욕구계층 5단계를 3단계로 개선한 알더퍼의 ERG 이론이 그것입니다. 여기서는 인간의 핵심적 욕구를 존재욕구(existence needs), 관계욕구(relatedness needs), 성장욕구(growth needs)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생퍼 욕구는 의식주같이 생존을 위해필요한 생리적이나 물리적인 욕구를 의미합니다. 관계욕구는 타인들과의 관계를 맺으며 사회적 존재로 소속되고자하는 욕구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사랑과 존경을 받고자 하는 욕구를 포함합니다. 성장욕구는 말 그대로 개인의 성장을 하고자하는 내적 욕구를 의미합니다.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이용할 뿐 아니라 새로운 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자아실현과 일맥 상통합니다. 이러한 모델에서도 게임을 하는 욕구를 찾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이미지 출처 : ryuaryua.tistory.com -
이는 스마트폰 게임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화되면서 게임이 많이 보편화 되었는데, 주로 아이러브커피나 퍼즐주주같은 소셜 게임을 실생활에서의 친구들과 매일 접촉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이런 게임들은 친구들과의 관계가 작용하지 않았다면 아무런 인기를 얻지 못했을 게임들입니다. 바로 ERG 이론의 관계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입니다.
좀 더 나아가서 MMORPG와 LOL의 이야기를 한번 해보겠습니다. 플레이어는 웅장한 필드 전투나 협곡에서의 전투에 임할 시 각자 맡은 바 임무를 결정하여야 할 상황에 놓입니다. 이때 얼핏 생각해서는 적을 직접 타격하고 컨트롤해가면서 더 강력한 공격을 퍼붓는 기사나 마법사등 소위 딜러의 역할이 더 재미있어 보일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두가 딜러라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러한 딜러들이 공격받지 않고 안전하게 전투에 임할 수 있도록 어그로를 끌며 적들의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기꺼이 적진으로 뛰어드는 탱커의 역할들도 인기가 많습니다. 또한 직접 전투에 뛰어들지는 않지만 동료들을 힐링해주고 버프를주며 전투를 이끌어나가는 힐러나 서포터의 임무들도 인기가 많습니다. 이러한 탱커와 서포터들은 팀을 승리로 이끌어가기 위해 자신들을 기꺼이 희생하고 몸을 내던집니다. 바로 명예를 위해서 말입니다. 이러한 희생을 했다고 돈을 더주거나 경험치를 더 주는 것도 아닙니다. 더 쎄지는 것도 더더욱 아닙니다. 이들은 바로 존경과 명예를 위해 이를 마다치 않는 것입니다. 단순히 팀원들과 그룹을 맺는데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덕분에 이겼다는 친창과 존경을 받고 명예를 얻는 욕구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관계욕구가 게임의 동기가 되어 욕구의 최고지점까지 끌어 올리게 되는 것입니다.
- 이미지 출처 : 리그 오브 레전드 -
또한, 게임이 앞서 예를 들었던 판타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 안에서는 중세 판타지의 기사가 될 수도 있고, 미래 우주의 제다이 기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꼭 전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유명한 카레이서가 될 수도 있고 훌륭한 경주마의 기수가 되기도 합니다. 아니면 동물들과 함께사는 동화의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비록 대리자아이긴 하지만 게임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자아를 표출 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게임의 대리자아인 아바타 이를 통해 성장욕구를 충족 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영웅적이고 이상적인 미래상의 진실한 자신을 표현할 방법이 되는 것입니다.
마치며
이처럼 게임은 행복하고 싶다는 욕구에 대한 갈망이 반영되는 행위입니다. 아이들이 게임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저차원적인 순간의 쾌락을 탐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근본적이면서도 고차원적인 자아 실현에 대한 갈망이 투영되는 것입니다. 무한경쟁체제에서 점점 없어져가는 자신의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고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인 것입니다. 게임은 이토록 건강한 여가 생활이지만 그걸 모르는 기성세대들은 게임이 무슨 어둠의 포스인마냥, 탐닉해서는 안되는 마약인 마냥 치부하고 있는것입니다.
앞서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제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고자 쓴 글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과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보완하고자 쓴 글입니다. 의견 있으시면 답글 달아주시면 좋겠습니다. 허접한 글 끝까지 읽어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게임업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임 중독에 대한 생각 : 무엇이 필요한가 (7) | 2012.12.11 |
---|---|
밸브가 만들 하드웨어를 예상해보자면: VR헤드셋+글러브 형태의 게임 컨트롤러 (2) | 2012.09.10 |
번외2 > 게임 탄압에 대한 입장. 단합이나 단결이 아니라, 공동 대응의 차원. (4) | 2012.03.16 |
번외> 게임업계는 왜 자꾸만 까이는가? 어째야 하지? (26) | 2012.02.25 |
납량 특집, 링 D (36) | 2012.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