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번에 서강대에서 했던 미래토크에서는 이런 자리 잘 안나오시는 송재경대표님이 나오셨길래 흥미있게 지켜봤습니다.
이래 기사화 해놓은게 있는데.
http://www.thisisgame.com/board/view.php?id=1123473&category=102
사실 현장에서 직접 본 바로는 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만, 이 기사가 그렇다고 없는 말 쓴건 아니니까. ^^
일단 송재경대표님급 정도 되시는 분이 사실 모호하게 이야기하고 넘어가도 문제없을 자리에서 저렇게 한쪽 입장을 명확히 말씀하시는거 보고 솔직히 조금 놀라기도 했고, 일면 감동스럽기도 했습니다. 한국 온라인 게임 미래가 밝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것은 넥슨의 jj, 엔씨의 tj 등 이런 분들이 명확하고 소신있게 자신만의 방향을 명확히 끌어 가시는 데다가, 이분들 그래봐야 서울대 8* 학번 수준으로 아직 젊으시거든요. 업계에서 제일 리더급에 계신 분들이 다들 물려받아서 회사 키우신 분이 아니라, 바닥에서 직접 비젼을 가지고 이렇게 회사를 만들어 오신 분들이라는 것때문에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일면 또 든 걱정은, 송재경대표님의 발언이나 생각이 좀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부분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송재경대표님이야 아직 아키에이지가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내비치는 게임도 아니고, XL게임즈가 업계에 주도적인 메이져 회사는 아니니까.. (
1. 단합이나 단결? 게임사가 꼭 갖춰야할 덕목은 절대 아닙니다.
위에 기사 일부 인용하죠.
“업계가 뭉치려고 하는 것은 70년대 제조업 마인드다. 당시에는 작업현장에 모여서 일했던 만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남을 배척하고 가격을 담합하는 등 이기적인 집단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게임은 다른 업체와 담합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개발력으로 승부하는 만큼 모일 필요가 없다. 그만큼 함께 모이는 것이 어렵다. 좋게 말하면 포스트모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뭉쳐서 조직을 형성하고 담합해 수익을 나누는 구시대적인 발상은 기성 세대의 이데올로기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어서 송재경 대표는 “그런 기성세대의 생각을 무너뜨려야만 새로운 게임을 만들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다”
십분 동의하는 바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질문 포인트(하긴 질문 하신 분도 포인트가 좀 애매했고)에 대한 답변 방향이 좀 엇나간 답이긴 했습니다.
지금 게임 업계를 공격 하는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은 무차별적인 공격입니다. 정상적인 공격이라면, 특정 게임의 특정 부분이 문제다 라고 조목조목 비판했어야지, 이렇게 도매급으로 묶어서 게임이 다 나쁜 것 이라고 공격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상당히 정서적인 기반을 근거로 한 불편한 공격이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업계 전체에 대해 명확한 목적(삥뜯기)이 있었던 공격이고요. 당연히 게임 만들고, 돈버는 방향에 대해서 단합이나 단결 혹은 가격 담합따위를 할 필요야 없지만, 저런 무차별적인 공격에 대해서는 당연히 공동적으로 대응해야 할 부분인 셈입니다. 메이져 회사 오너들께서도 이런 생각이 사실 상당하실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지금 방식의 대응이 계속 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혹은 굳이 한국 정부랑 등지고 싶지 않으셔서 그냥 그러려니 하시는 거 같기도 하더군요) 게임은 재미있고, 그리고 송대표님 말씀대로 감동을 줄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것, 아니면 적어도 확실하게 사람들의 interest를 잡아둬서 돈 버는 것 만들면 되고, 그게 단합이나 담합한다고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핵심은 저런 공격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업계가 함께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것 입니다.
좀 극단적인 비유를 하나 들어보죠. 한국도 평소에 내부에 갈등이나 경쟁 요소가 많습니다. 그런데 가령 외국에서 한국에 실제 전쟁을 벌이려고 쳐들어온다고 칩시다. 그럼 내부에서 할일은 일단 뭉쳐서 전쟁 쳐들어오는 놈은 막아야 하죠. 조금 더 해볼까요? 지금도 전세계 각 국가가 협력과 갈등이 반목되고 있죠. 그런데 갑자기 외계인이 나타나서 전 지구인을 말살하겠다고 나옵니다. 그럼 어째야 하죠? 일단 전세계가 힘모아서 외계인이랑 싸워야지 않겠습니까?
2. 문제는 한 목소리를 낼 구심점 부재의 문제
그냥 제가 보기에는 지금 메이져업체분들끼리 뭉쳐서 목소리 낼 구심점이 없는게 제일 큰 이유로 보입니다. TJ, JJ 두분이 서로한테 아쉬운 소리 할 이유도 당연히 없고요. 특히나 JJ쪽은 국내매출이 전체 매출의 35% 선이더군요. 솔직히 넥슨은 이제 한국도 중요하겠지만, 글로벌마켓이 더 중요한 회사라는 것입니다. N사의 나대표님도 굳이 이런데 나서서 하실 입장도 아니고, 세분이 무슨 서울대 선후배랍시고 세분 사이에서 권위잡을 상황도 아니실테고, 그건 NHN의 이의장님이나, 이박사님도 마찬가지실 것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무슨 업계 어른이 나서서 구심점이 되야 한다식의 것이 성립이 되기 참 어려운 동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자면 이부분에서 결국 우리 업계가 할 부분은 큰 기조만 정해놓고 각개격파, 각자 알아서 잘 해결책을 찾자라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분들이 모여서 할 일은 최소한의 기조는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부분의 공동 대응은 꼭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히 다들 대단하신 분들이니 각자 해결책은 각자 원하시는 방향으로 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3. 부정적 정서에 맞서 싸우는 방식이 아닌, 긍정을 늘려나가는 방식.
그리고 서강대 세미나때 느낀 것입니다. 사실 게임업계 공격하는 쪽의 주장을 받혀주는 근거는 미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냥 터무니없다고 하고 넘겨도 될 공격입니다. 이런 공격에 대한 게임 업계의 반응이 더 걱정입니다. '일면 일리있는 주장이다.'라니요. 오히려 '일면 일리있는 주장'이 조금 끼어있었다 하더라도 차라리 나머지 터무니 없는 주장에 묶어서 도매급으로 무시해야 할 것인데, 이를 통해서 반성의 계기로 삼자라는 것은 걱정입니다. 우리 업계에 대한 반성은 그냥 우리 스스로 하면 됩니다. 우리 업계에 계신 분들이 그렇게 자기 스스로 반성 못할만큼 어리석고 미성숙한 사람들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 말도 안되는 주장이 나온걸 계기 삼아서 반성해야 합니까? 정서적인 기반을 근거로 한 공격입니다. 정서라는 것은 그냥 말그대로 감정인데, 감정에 대해서 굳이 이성적인 대응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보입니다.
그래서 계속 다시 한번 말씀드리는 바는, 저쪽 공격이 상당히 정서적인 공격의 영역이라는 점을 생각해서, 그 정서를 긍정적으로 돌려놓는 부분에 대해서 집중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무조건 싫다고 하는 사람한테, 그게 싫지 않은 이성적 이유를 100가지 대봐야 뭐합니까. 이미 무조건!! 싫다고 하지 않습니까? 거기에 조건 100개를 대는게 문제라는 거죠.
정서적 공격에 대한 대응은 맞서 싸우는 게 아니라, 포용하고, 전환해주는 것입니다. 제가 말한 사회 공헌이나, 교육 인프라 사업 구축등의 방식이 사실은 그런 의미에서 말한 것입니다.
아무튼 이 지리한 싸움이 결국은 셧다운제, 매출 1% 기부제 등으로 번져나갈 것이 명약관화 입니다. 지금 대응 수준을 보니 답이 안나오네요.
결국 업계가 아직은 미성숙한 대응을 하는 바람에 어이없는 사람들에게 삥뜯겨 나갈 것을 생각하니 종사자입장에서는 좀 답답할 뿐입니다.
그거 가지고 사실은 게임에 더 투자하고, 업계 종사자들한테 더 혜택이 돌아가야 할진데.
ps. 고용 창출 이야기 조금 더 첨언하자면, 게임업계 총 종사자가 10만명 정도인데, 삼성전자 수원 지역쪽만 4만명입니다. 물론 우리 업계가 고용만 늘린다고 능사인 동네는 아니고, 그렇게 할 수도 없습니다. 단지 고용 창출은 우리가 근본적으로 해결 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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