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유저경험(User eXperience; 이하 UX)이라는 단어는 국내 게임 개발 업계에서 오랫동안 통용되어왔던 용어는 아닌 것 같습니다. 통상적인 게임 개발 기획팀이라면 시스템, 컨텐츠, UI 정도의 파트 구성이 있을 뿐이라, 게임에 있어 UX란 단어는 어디다 끼어넣기도 애매한 느낌이지만.. 굳이 넣어 보자면 웹 개발에서 잘 쓰듯 UI 파트가 밀접하게 관계해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물론 컴퓨터공학 계열의 전공자라면 HCI(Human Computing Interaction) 같은 강의를 통해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이라는 개념이 인간의 정보처리, 인지과정에 대한 이해로써 유저빌러티 테스트 등등으로 확장되는 과정 속에 UX로 녹아있기에 익숙한 용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단 컴퓨터공학 계열의 전공자가 아니고;; 시각디자인 계열의 전공자였기 때문에, 그래픽디자이너로써 인터랙션디자인과 관련한 HCI 강의에서 UX란 개념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학문적이거나 공학적인 측면보다는 많은 수의 디자인 기업들에서 웹디자인을 함에 있어 단순히 이쁘고 잘보이는 UI를 벗어나 UX의 관점-사용자 기반의 발상과 경험 중심적인 디자인-을 도입한 사례들로부터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UI를 만듦에 있어서도 이상적인 네비게이션과 뎁스, 시선과 조작의 유도 동선의 흐름을 설계하고, 그에 대한 접근 케이스를 유저빌러티 테스트를 통해 분석해 패턴별 모델을 수립해 반영하는 것이 인상적이였는데, 그 사용 경험의 기반 자체를 사용자의 관점으로부터 뽑아내겠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게임의 경우, 웹이나 어플리케이션과는 달리 '재미 경험'이라는 좀더 감성적인 영역이 함께 섞여 있습니다. 때문에 모두 취향이 다를 수 밖에 없는 수많은 유저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본다(주1)는 것이 어렵기도 합니다. 최대한 많은 유저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시스템은 계속적으로 추가되고 다변화되며 컨텐츠의 양도 빠르게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하고요.
그렇다보니 재미 경험의 관점에서 시스템이나 컨텐츠가 수립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출시된 수많은 게임에서 검증된 시스템과 컨텐츠를 변주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것은 잘못된 것도 아니고, 그 안에서 더 융합되며 발전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완성도가 올라가는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그러한 과정에 있어서 '유저가 직접적으로 겪게 될, 일관된 감성적인 재미 경험'이 배제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미 출시되어 업데이트 되면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애초에 고려되지 못한 채 개발되어 도중 드롭되거나 출시되더라도 특색없는 '양산형 게임'이라는 오명을 쓰는 경우에서도 종종 발견됩니다.
과거에 참여했던 프로젝트의 최초 프로토타입을 뽑은 상태에서, '그래서 이 게임이 뭘하는 게임이냐?'라는, 프로젝트의 비전에 대한 물음을 받았을 때 상당히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작성된 스토리는 짧게 브리핑하기엔 거대한 음모론의 세계 속 대서사시였지만 그것은 단지 이야기일뿐 실제로 플레이어가 직접적으로 뛰어다닐 모험의 여정과는 거리가 멀었고, 전투가 전에 없이 찰진 공방으로 재미있다 한들 왜 전투를 하고 성장해서 도전하는 목표가 무엇인지가 비어있는데다, 사실 상 팀 내에서 공유하던 구체적인 프로젝트 목표는 기술적인 요소에 치중해 있었기 때문이였습니다.
유저가 처음 접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을 것인가, 그 감성적인 재미 요소들이 연속적으로 일관되게 흐름을 끌고 갈 수 있는가, 그렇다면 유저가 몰입했을 때 갖게 될 목표를 어떤 식으로 전달하고 그를 지속적으로 명확히 푸쉬할 수 있는가 등등에 있어 전혀 플레이어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 기획이였다는 것을 깨닿게 된 것이였습니다. 내러티브화한 UX의 관점이 없었던 것이지요.
이후 여러 작품에 참여하면서, 좀더 유저경험을 기반으로 한 내러티브와 감성적 경험을 중시할 수 있는 방법으로써 '스토리텔링'의 접근법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엄청난 대서사시 역사와 그 후손들의 모험담을 쓰겠다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재미있는 경험으로써 푸쉬한다는 측면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따라가게 될 상황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일관성을 위한 스토리의 활용이였습니다.
아이온이 최초 공개 당시 '천계와 마계의 관계와 어비스, 그리고 제3자로써의 용계의 등장과 갈등/반목/협력'이라는 강한 느낌의 내러티브로 이슈가 되었던 바 있고, 마비노기 영웅전의 경우 에피소드1에서 2D 인터페이스임에도 불구하고 NPC와의 대화를 통한 유대감 쌓기와 NPC의 스토리 개입을 통해 사고를 당하는 등 직접적인 감정을 자극하며 완결된 구성(주2)을 보여주었으며, 블레이드앤소울의 경우 게임 도중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대화와 감정 묘사, 수많은 연출을 기반으로 한 몰입을 통해 시작부터 '복수를 위한 여정'이라는 테마를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점차 덧붙여지는 이야기(주3)들로 감성적 경험을 잘 접목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들이 점점 더 나은 반응을 얻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새로 프로젝트를 준비한다면 어떻게 기획을 해보는 것이 좋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개발자 컨퍼런스용으로 준비하던 내용들을 여기서 글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몸 상태가 안좋아 말로 하는 것이 좀 전달력이 떨어지는 상태다보니 글로 쓰는 것이 더 편한;;
감정적인 재미를 유발할 수 있는 유저경험을 설계하는 방법으로써 스토리텔링 기반의 기획 접근과 프로토타이핑이 다음과 같은 순서로 GameDevForever에 연재될 예정입니다. 순수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기반한 내용들 위주인지라, 여러 개발 기획 방법 중 하나의 갈래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01. what
02. how
03. storytelling
04. prototyping
* 주1 'Gamification & 소셜게임'이라는 책의 p.108 플레이어 중심 모델에 '페르소나' 접근으로 객관화 해보는 내용이 있습니다.
* 주2 디스이즈게임의 칼럼 '스토리가 부담이 된 시대, 영웅전의 도전'의 내용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주3 다른 이야기들 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일단.. 남소유 - ㅅ-
ps. 굳이 예고편 뭐하러 올리냐 하시면;;;; 기획에서 UX란 용어가 생소한 것 같아서..?
ps. 다음 연재부터는 반말체로 쓰여질..것 같아;;;;요;;;;;;;;;;;
물론 컴퓨터공학 계열의 전공자라면 HCI(Human Computing Interaction) 같은 강의를 통해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이라는 개념이 인간의 정보처리, 인지과정에 대한 이해로써 유저빌러티 테스트 등등으로 확장되는 과정 속에 UX로 녹아있기에 익숙한 용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단 컴퓨터공학 계열의 전공자가 아니고;; 시각디자인 계열의 전공자였기 때문에, 그래픽디자이너로써 인터랙션디자인과 관련한 HCI 강의에서 UX란 개념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학문적이거나 공학적인 측면보다는 많은 수의 디자인 기업들에서 웹디자인을 함에 있어 단순히 이쁘고 잘보이는 UI를 벗어나 UX의 관점-사용자 기반의 발상과 경험 중심적인 디자인-을 도입한 사례들로부터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UI를 만듦에 있어서도 이상적인 네비게이션과 뎁스, 시선과 조작의 유도 동선의 흐름을 설계하고, 그에 대한 접근 케이스를 유저빌러티 테스트를 통해 분석해 패턴별 모델을 수립해 반영하는 것이 인상적이였는데, 그 사용 경험의 기반 자체를 사용자의 관점으로부터 뽑아내겠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게임의 경우, 웹이나 어플리케이션과는 달리 '재미 경험'이라는 좀더 감성적인 영역이 함께 섞여 있습니다. 때문에 모두 취향이 다를 수 밖에 없는 수많은 유저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본다(주1)는 것이 어렵기도 합니다. 최대한 많은 유저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시스템은 계속적으로 추가되고 다변화되며 컨텐츠의 양도 빠르게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하고요.
그렇다보니 재미 경험의 관점에서 시스템이나 컨텐츠가 수립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출시된 수많은 게임에서 검증된 시스템과 컨텐츠를 변주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것은 잘못된 것도 아니고, 그 안에서 더 융합되며 발전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완성도가 올라가는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그러한 과정에 있어서 '유저가 직접적으로 겪게 될, 일관된 감성적인 재미 경험'이 배제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미 출시되어 업데이트 되면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애초에 고려되지 못한 채 개발되어 도중 드롭되거나 출시되더라도 특색없는 '양산형 게임'이라는 오명을 쓰는 경우에서도 종종 발견됩니다.
과거에 참여했던 프로젝트의 최초 프로토타입을 뽑은 상태에서, '그래서 이 게임이 뭘하는 게임이냐?'라는, 프로젝트의 비전에 대한 물음을 받았을 때 상당히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작성된 스토리는 짧게 브리핑하기엔 거대한 음모론의 세계 속 대서사시였지만 그것은 단지 이야기일뿐 실제로 플레이어가 직접적으로 뛰어다닐 모험의 여정과는 거리가 멀었고, 전투가 전에 없이 찰진 공방으로 재미있다 한들 왜 전투를 하고 성장해서 도전하는 목표가 무엇인지가 비어있는데다, 사실 상 팀 내에서 공유하던 구체적인 프로젝트 목표는 기술적인 요소에 치중해 있었기 때문이였습니다.
유저가 처음 접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을 것인가, 그 감성적인 재미 요소들이 연속적으로 일관되게 흐름을 끌고 갈 수 있는가, 그렇다면 유저가 몰입했을 때 갖게 될 목표를 어떤 식으로 전달하고 그를 지속적으로 명확히 푸쉬할 수 있는가 등등에 있어 전혀 플레이어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 기획이였다는 것을 깨닿게 된 것이였습니다. 내러티브화한 UX의 관점이 없었던 것이지요.
이후 여러 작품에 참여하면서, 좀더 유저경험을 기반으로 한 내러티브와 감성적 경험을 중시할 수 있는 방법으로써 '스토리텔링'의 접근법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엄청난 대서사시 역사와 그 후손들의 모험담을 쓰겠다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재미있는 경험으로써 푸쉬한다는 측면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따라가게 될 상황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일관성을 위한 스토리의 활용이였습니다.
아이온이 최초 공개 당시 '천계와 마계의 관계와 어비스, 그리고 제3자로써의 용계의 등장과 갈등/반목/협력'이라는 강한 느낌의 내러티브로 이슈가 되었던 바 있고, 마비노기 영웅전의 경우 에피소드1에서 2D 인터페이스임에도 불구하고 NPC와의 대화를 통한 유대감 쌓기와 NPC의 스토리 개입을 통해 사고를 당하는 등 직접적인 감정을 자극하며 완결된 구성(주2)을 보여주었으며, 블레이드앤소울의 경우 게임 도중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대화와 감정 묘사, 수많은 연출을 기반으로 한 몰입을 통해 시작부터 '복수를 위한 여정'이라는 테마를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점차 덧붙여지는 이야기(주3)들로 감성적 경험을 잘 접목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들이 점점 더 나은 반응을 얻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새로 프로젝트를 준비한다면 어떻게 기획을 해보는 것이 좋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개발자 컨퍼런스용으로 준비하던 내용들을 여기서 글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몸 상태가 안좋아 말로 하는 것이 좀 전달력이 떨어지는 상태다보니 글로 쓰는 것이 더 편한;;
감정적인 재미를 유발할 수 있는 유저경험을 설계하는 방법으로써 스토리텔링 기반의 기획 접근과 프로토타이핑이 다음과 같은 순서로 GameDevForever에 연재될 예정입니다. 순수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기반한 내용들 위주인지라, 여러 개발 기획 방법 중 하나의 갈래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01. what
02. how
03. storytelling
04. prototyping
* 주1 'Gamification & 소셜게임'이라는 책의 p.108 플레이어 중심 모델에 '페르소나' 접근으로 객관화 해보는 내용이 있습니다.
* 주2 디스이즈게임의 칼럼 '스토리가 부담이 된 시대, 영웅전의 도전'의 내용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주3 다른 이야기들 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일단.. 남소유 - ㅅ-
ps. 굳이 예고편 뭐하러 올리냐 하시면;;;; 기획에서 UX란 용어가 생소한 것 같아서..?
ps. 다음 연재부터는 반말체로 쓰여질..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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