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어떤 게임 회사 아티스트 면접관의 관점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5. 30. 16:33


(웹툰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

사람마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면접관으로서 아티스트를 살펴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용들을 적어보겠습니다.상당히 오랜 기간 게임회사 면접관 역할을 하면서 느낀 것이니 입사 지원자나 회사 모두에게 참고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여기에 언급되지 않았어도 중요한 것들이 무척 많습니다. ^^

< 포트폴리오가 가장 중요하다 >
자기소개, 포부, 스펙 등 지원자가 아무리 열심히 작성한 글이라도 아티스트를 뽑을 때에는 포트폴리오를 가장 먼저 봅니다. 애니메이터도 마찬가지구요. 정확히 통계를 내진 않았으나 열명 중 일곱 명 정도가 포트폴리오에서 탈락되고 나머지 세 명 정도만 경력이나 자기소개를 살펴봅니다. 그리고 그중 한 명 정도 면접을 볼지 말지 고민하게 됩니다.

포트폴리오의 구성도 중요한데요, 입사지원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의미있는 작품인지는 모르겠으나 객관적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이 섞여있으면 안좋은 포트폴리오입니다. 입사 후 안좋은 수준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거든요.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경력이 있는 입사지원자라면 전 직장에서 선배의 지도에 의해서 실력보다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을 수도 있고 팀 작업에 의해 본인의 실력보다 더 좋아보이는 포트폴리오일 수도 있습니다. 자기 작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건 어렵지만, 수준이 떨어지는 포트폴리오를 포함시켰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의 안목이 낮다는 뜻입니다. 아티스트는 자신의 눈높이만큼 보고 자신의 눈높이만큼 해내는 종족입니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주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객관적인 관점, 색다른 관점으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다시 바라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포트폴리오의 퀄리티는 매우 우수하지만 프로젝트에서 원하는 스타일이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현대/ 근미래 세계관을 만들어야 하는 프로젝트인데 입사지원자의 포트폴리오는 중세 환타지 세계관이 대부분이라던가 하는 등의 상황입니다. 이때 '이 정도 실력이면 현대물쯤이야 쉽게 할거야' 라고 낙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입사지원자가 환타지 세계관의 작업을 주로 했던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며 혹시 어쩔 수 없이 지원자의 취향과 다르게 환타지 세계관을 그렸다 하더라도 현대/근미래 세계관에 익숙해지고 공부해야 하는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현대물 쯤이야' 라고 생각한 것 부터가 오산입니다. 어떤 세계관이든 잘하려면 정말 어렵습니다. 정 환타지 실력이 아깝다면 현대/근미래 주제로 과제물을 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다만 이럴 때에는 과제비를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어쨋든 저쨋든 프로젝트 방향성과 맞지 않는 사람들이 섞여있게 되면 서로 피곤해집니다. 1+1 = 0.5 가 되는거죠.

< 성장 가능성 >
포트폴리오의 실력이나 스타일은 적당하지만 그에 비해 경력이 많다면 성장 가능성을 의심하게 됩니다. 반대로 경력에 비해 실력이 좋거나 성격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이고 성실하다는 판단이 들면 앞으로가 기대되는 사람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의 요소는 딱 꼬집어서 말할 수 없는 애매한 부분이네요.

< 커뮤니케이션 >
아티스트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면접관의 질문을 정확하게 이해하는지, 답변할 때 장황하지 않게 핵심을 잘 말하는지 등이 중요합니다. 지원자의 말하기와 듣기 중 어느게 더 중요하냐라고 한다면 듣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인적인 기준이구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이 있죠. 이게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합니다. 어설프게 자꾸 끼어들지 말고 잘 경청하는게 중요합니다. 물론 면접 자리에서는 입사지원자의 말이 많을 수밖에 없긴 하지만 최대한 면접관의 말에 집중해야 합니다.

< 전 회사 평판, 퇴사 사유 >
바닥이 좁아서 조사하면 바로 나옵니다. 거짓말 하면 안됩니다. 술자리에서 업계 얘기들 들어보면 쓰레기들 참 많습니다. 하지만 평판이라는 것이 정치가 심한 조직일 수록 상대적인지라 참고 정도로 해야합니다.

< 게임 개발이 좋은건지 아트가 좋은건지 >
게임과 게임 개발이 좋아서 아티스트를 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아트가 좋아서 게임 개발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반반 섞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한 쪽으로 많이 치우치기도 하고 사람마다 가지각색입니다. 어떤 것이 좋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어떤 사람인가 판단할 때 중요하게 보는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규모가 작고 팀원들의 자발적인 아이디어 참여를 독려하는 분위기의 조직이라면 아티스트보다는 개발자 성향의 사람이 더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반대로 프로젝트 규모가 크고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에서라면 아티스트 성향의 작업자가 더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물론 어느 선택이더라도 아티스트가 최소한의 퀄리티는 내준다는 전제가 붙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티스트보다 개발자가 더 좋더군요.

이런 관점에서 주로 물어보는 질문들은 게임은 좋아하는지, 어떤 게임을 좋아하는지, 콘솔은 어떤걸 가지고 있는지, 만들고싶은 게임은 뭔지 등입니다.

< 기술 성향과 아트 성향 >
아티스트들 중에서도 툴의 고급 기능을 활용하는 사람이 있고 기본 기능만으로 작업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티스트의 감각과 눈높이가 중요하고 툴은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얼마나 툴을 잘 쓰는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판단하는 중요 요소이고 어떤 역할을 맏길지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경험상 기술 성향과 아트 성향이 두루 섞여있을 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목표 >
목표가 AD인 경우도 있고 사장인 경우도 있고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터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은 입사지원자가 합격해서 같이 일하게 되었을 때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는 요소이고 프로젝트에서 어떤 역할을 맏기면 좋을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됩니다. 보통 가까운 목표와 먼 목표 두 가지를 물어봅니다.

끝.

PS. 포스팅이 하루 늦었네요. 이게 다 티리엘때문입니다.  그나저나 점점 밑천이 떨어져서 큰일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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