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게임 UX 기획 - 04. prototyping 下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6. 15. 09:00

01. what
02. how
03. storytelling
04. prototyping 上
05. prototyping 下


게임 UX 기획에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만들고자 하는 게임의 기술/기능/규칙 같은 어떻게 만들까에 대한 고민보다, 플레이어가 이 게임을 할 때 어떤 감성적인 재미와 만족을 느끼게 될까"로 개발이 시작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근래 출시된 액션 혹은 RPG를 위시한 게임들이 전투/협력/수집/성장 같은 기능적, 규칙적 요소들이 대부분 비슷비슷하게 구현되어 있어 크게 차별화되지 못하는 문제가 아쉬웠던 것도 하나의 이유다.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이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시스템이 유사성을 갖더라도 내러티브나 전달 방법에 있어 차이가 있다면 분명 다른 감성적 경험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개발 단계에서 프로토타입이라는 의미가 '특정 기능이 구현된 플레이 버전' 같은 식으로 좀 애매하게 쓰이는 경우도 많지만, 그보다 '이 게임 만의 특징적 요소를 검증해보기 위한 버전'으로 사용한다면 그 감성적 경험이 과연 재미있을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방법이라면, 앞의 'prototyping - 上'편에서 다뤘던 내용처럼 기능을 하나씩 완성해 가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시연 데모 혹은 영상을 만드는 것 만으로도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여튼 이렇게 3월 초에 上편을 작성한 후, 목표로 하고 있던 사전영상화라는 과정을 회사에서 최소 규모 인력으로 진행 중인 현재 프로젝트에 전격(!!) 도입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역시 이번에도 시행착오가 발생함과 동시에 인력 이탈 문제가 발생하여 멘탈이 붕괴... 업데이트가 늦어지게 되었다.


본 연재에서는 게임 플레이 속 유저 경험을 실제 구현 이전에 사전에 예상해 볼 수 있도록 영상으로 프로토타이핑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이렇게 작업을 진행해 중간 평가를 해본 결과, "이거 그냥 컷씬하고 뭐가 달라?"라는 가슴 아픈 피드백을 받게 되었다. 영상에 UI까지 임시로 얹어보니 그런 느낌이 조금 덜해지기는 했지만 알 수 없는 이 미묘한 이질감...

그렇다!! 실제 게임은 분명 "이미 어느 정도의 가용 범위가 정해진 카메라 시점과 조작에 따라 (조금은 딱딱하게 연결되어가며) 움직이는 모션"이 바탕이 되는데 영상에서는 그러한 제약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내키는대로 작업하게 된 것이 아무래도 "연출된 씬"이라는 느낌을 주게 되어 제대로 된 피드백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게임의 장르가 정해지고 나면 분명 그에 맞는 카메라 시점이 있을 것이다. 근래의 MMORPG나 액션 게임들은 대부분 3인칭으로 캐릭터의 뒤를 쫓아가며 전신을 보여주는 시점 혹은 상체 뒷면을 보여주는 TPS형 시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디아블로3나 리니지 이터널처럼 애초 의도에 따라 쿼터뷰(isometric)로 고정해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사전영상화 작업은 플레이어에 의해 조작될 실제 게임 플레이를 가상화 해보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이 게임의 시점을 고려해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르적 특성을 아우를 수 있는 시점 내에서 카메라가 캐릭터를 쫓아가며 행동을 관찰하도록 의도해야 좀더 실제 게임적인 사전 예측이 가능하게 된다. 물론 이벤트 성격이라든지, 스킬이라든지, 피니시 무브 같은 연출성 플레이의 경우에 별도의 카메라를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라, 처음부터 고려할 대상은 아닐 것이다.


애니메이션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달려가다가 문 앞에서 멈춰서지 않고 갑자기 사이드스텝 밟고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는 등의 모션은 실제 게임 플레이하고는 매우 괴리감이 느껴지는 표현일 것이다. 물론 naturalmotion의 Euphoria 같은 미들웨어를 쓴다면 굉장히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그 조차도 조작과 상황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가정할 때, 문을 연다/ 무엇인가를 설치한다/ 잡아 당긴다 같은 행동을 함에 있어 그 직전 단계에서 UI에 의한 알림을 노출하기 위한 여백 시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래의 영상을 먼저 살펴보자.




이미 액션 어드벤처쪽에서는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한 언차티드의 pre-vis 영상이다. 카메라 시점과 캐릭터의 행동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지, 그 의도와 조작계를 감안해 영상으로 보여지게 함으로써 해당 시스템에 대한 감을 잡기가 쉽다.

창발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특징적 기능이 어떤 식으로 게임 내에서 사용될 수 있는지도 미리 설정해 볼 수 있다. 아래는 "포스"를 게임 내에서 어떻게 사용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반응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알 수 있게 작업된 스타워즈:포스언리쉬드의 pre-vis 영상이다.



사실 사전영상을 만들때는 꼭 자체 리소스를 통해 제작할 필요는 없다. 더미 리소스라든지, 기존의 게임에 사용하던 리소스를 가지고 화이트박스 형태로 쌓아올림으로써 좀더 빠르게 콘티를 잡아보고 반복 수정을 통해 최종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사전영상화라는 것이 반드시 avi나 wmv 같은 영상의 포맷을 가질 필요는 없다. 더미 레벨을 만들어 본다든지, 더미 콘티를 통해 컷씬의 기본적인 흐름을 볼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사전영상화 작업 중의 하나라 볼 수 있다.



이 영상은 이미 구현된 무브먼트 관련 기능들을 바탕으로 하여, 화이트박스로 레벨을 구성함으로써 어떤 흐름 구성을 갖게 될지를 미리 시뮬레이션 해본 화면을 녹화한 장면이다.



위의 영상은 언차티드 개발사인 너티독의 신작, "The Last of Us"의 2011년 트레일러 영상의 화이트박스 콘티이다. 게임 플레이는 아니고 컷씬의 형태로 작업된 것이겠지만 콘티 조차도 사전영상화 작업을 통해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는 영상이다. 최종 완성본과의 비교는 여기를 눌러 함께 볼 수 있다.


만약 하나하나의 기능이 아닌, 프로젝트 전체 성격을 아우를 수 있는 어떤 특징적 요소의 비전을 영상화 하는 것이라면, 룩앤필이라든지 레벨구성까지 포괄할 수 있는 형태로 언리얼의 마티니 같은 씬 에디터를 통해 실제 게임의 최종적인 모습을 아래처럼 미리 영상화 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전영상화 작업이 만약 위의 영상처럼 비전 컨셉을 포함해 작업되어, 김학규 PD님이 트위터에 남겼던 것처럼 "이 게임 특징이 뭔가요?"라는 물음 이전에 완성된 영상만으로도 "그래서 이 게임 언제 나와요?"라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어느정도는 성공한 것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사전영상화는 비전을 제시하는 포괄적인 형태부터 레벨 구성, 하나의 기능에 대한 활용성 등의 프로토타입 전후 작업 뿐만 아니라 어떤 기능에 대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같은 밑그림으로써 작업할 수 있게 하는 공유의 성격까지 가진 작업 방식의 하나이다. 우리가 아직 출시되지 않은 게임의 동영상이나 스크린샷을 보고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실제 구현되지 않았더라도 그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의도가 무엇인지, 어떤 경험이 주어질지를 가늠해 볼 수 있게 한다.




프리-프로덕션은 어떤 것을 만들까에 대한 고민의 비중이 좀더 큰 기간이다. 비전을 세우고 룩앤필과 유저경험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나가 분명한 지향점이 정해지고 난 후에는 이제 프로덕션에 돌입해 그에 맞는 시스템이나 컨텐츠를 대량으로 만들어 실제 그 프로덕트를 구성해 나간다.

이 프리-프로덕션의 과정에서 실제로 돌아가는 플레이어블 버전이 있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장르나 비전 목표에 따라서 필수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더 좋은 결과물로 연결될 수 있을까에 대해 그 프로젝트의 많은 부분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변형되어가며 달라질 수 있는 시기임을 생각한다면, 이 플레이어블 버전이 반드시 최종 버전까지 고려해 공들여 잘 짜여진 프레임워크와 규약들을 구축해 시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물론 대규모 팀이라면, 이러한 작업까지 모두 병행하며 쌓아갈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할지도 모른다.)

만약 플레이어블 버전을 만들 수 없는 인력 구성의 소규모 팀 혹은 제안을 위한 프로젝트 TFT(Task Force Team)라면, 비전은 정해졌지만 여러가지 시도를 통해 좋은 쪽을 찾기 위해 내부에 나뉜 애자일 TFT라면 어떻게 프로토타이핑을 해야 할까.

앞서 다뤘던 Low Level 기반이냐 High Level 기반이냐에 관계없이, 게임의 초기 프로토타입의 목적은 '어떻게 동작하고 반응하며 그 플레이가 재미있어 보이는가?'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이래서 재미있다!!라고 기획서나 PT 문서로써 제시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를 통해 각자가 떠올리는 모습이 모두 공통되게 감성적인 재미를 자극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제작을 함에 있어 무엇인가를 만들어야 할 때, 말로써 설명하거나 그림이나 도표로써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모두가 같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영상으로써 적절한 시기에 제시될 수 있다면 좀더 빠르고 효율적인 반복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무작정 참고할 타이틀을 하나 잡고 비슷하게 만든다 혹은 이미 표준화되다시피 한 기획 구성과 방법론으로 만든다 같은 개발 진행보다, 유저 경험을 어떻게 차별화 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개발을 시작해 다양한 결과물로 귀결될 수 있는 방법들을 통해 더 재미있고 좋은 게임들이 많이 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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